산업연구원(KIET)은 요즘 KIET용역회사라 불린다.

작년7월 차동세원장이 부임한 이래 KIET의 외부용역과제가 부쩍 늘어난데서
나온 말이다.

KIET가 올해 선정한 연구사업 1백10여개 과제중 절반에 가까운 50개가
정부부처 정부투자기관 민간기업등 외부로부터 받은 용역과제다.

산업정책실의 경우 올들어 계획된 11개 연구과제중 6개가, 전자정보실은
전체 10개 과제중 6개가 용역과제이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차원장부임 이후 단기 용역과제가 이전보다 곱절이상
늘어났으며 연구원들은 이를 처리하느라 중장기 계획과제를 뒤로 미룰
정도라고 말한다.

차원장은 부임후 민간연구소원장 출신답게 "수요없는 연구는 비생산적인
연구"로 정의하고 수지 맞는 용역과제를 적극 수주해 왔다.

이같은 적극적인용역과제수행을 두고 연구원들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
이다.

한쪽에서는 "연구시간의 상당부분을 용역과제에 쏟다보면 국책연구소의
본래역할에 어긋날 뿐아니라 국민경제상 중요한 중장기 계획과제에
소홀해진다"며 용역우선주의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정책수립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에 충실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용역과제를 대거 수주, 연구소가 활기를 띠게 됐다고
반기고 있다.

더욱이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국가정책으로 예산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독자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그러나 "외부용역사업은 성격상 발주자의 의도를 무시할수
없어 연구결과의 신뢰도가 문제될수 있으며 과도한 용역과제 수행은 국책
연구소의 격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한마디.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