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에도 사고원인 규명은 물론 나머지 한강교량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안전진단 검사가 "불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교량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지난
24일부터 다음달말까지를 일정으로 한강대교등 7개 교량의 상부구조에
대해 안전진단을 벌이고 있으나 이는 지난 92,93년에 실시한 안전진단
에서 제외됐던 교량에 대한 의례적인 진단이라는 것이다.

시는 사고직후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시행정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만큼92,93년 양화,마포,한남,영동,잠실,원효대교등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전교량에 "정밀"안전진단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으면서도
7개 교량만,그것도 상부구조에 대해서만 안전진단을 실시키로 했다.

더구나 당산철교는 트러스 구간의 철재용접부위에 금이 갔고 선로와
침목을 지탱하는 H빔 연결부위에 76곳의 균열이 발견되는등 지하철용
4개 한강철교가 심한 균열과 변형,접합불량,부식등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정작 이들 한강철교에 대한 안전진단 계획은
이번에도 제외됐다.

특히 한남대교등 한강교량 수중교각 4백79개가운데 1백18개 교각의
콘크리트와 철근이 심하게 부식돼 교각이 수중에 떠있다 시피해
개.보수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시는 교량 하부구조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1년동안 안전진단
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정밀" 안전진단은 물론 안전진단 계획
조차 세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또 "1개 교량의 안전진단에는 3~8개월이 걸리는데도 37일
동안 7개 교량을 진단할 계획이 열심을 감안하면 하려면 평균 5.3일에
한개 교량을 진단해야 하는꼴이어서 이는 사후약방문식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함께 "안전진단 검사가 오전 10~오후 5시사이에 이뤄져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시간대의 실제하중을 측정하기 어렵고 진단장비도
굴절차량 1대에 불과해 구조적인 결함을 발견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안전진단 자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사고원인 조사반과 안전진단반에 동원된 전문가들이 중복되거나
대학교수여서 강의시간으로 검증활동에서 빠지는등 전문가관리에도
헛점이 드러나고 있다.

성수대교 안전진단및 사고원인조사반 20명중 15명이,7개 교량
안전진단원 26명중 14명이 대학교수로 이들이 강의등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안전진단 활동및 사고원인 검증에서 자주 빠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
으로 지적됐다.

성수대교 사고원인조사반(위원장 장승필 서울대교수)은 지난 24일
국회진상대책반에서 인원을 차출해 이날 체계적인 현장 검증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또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일 구성된 안전진단및 사고원인조사반에 포함된
한국건설연구원 김모씨는 24일 새로 구성된 한강대교등 7개 한강교량
안전진단반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량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땜질방식으로 대처해오다 성수대교 붕괴라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를 당했으면서 또다시 종전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교량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