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그나라의 자존심이요 자랑이다.

그나라 상품의 문화적신뢰도를 나타내는 창구이기도 하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미술관, 런던의
대영박물관등을 보면 그 막대한 비중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들 외국박물관과 미술관은 관광객은 물론 일반관람객으로 항상 만원이다.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직 그런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관의 경우 너무 한적한 곳에 있어 대중들이 친숙하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로 생각되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외국작품은 고사하고
우리작품도 최고품이 소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도 그런 작품을 소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근대명화는 이미 높은 가격이 형성돼 정부에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점은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정부는 그래서 개인의 가보를 국가의 보물로 승격시켜 공공성을
획득토록 하는 길을 만들었다.

그런다음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도록 소장가를 설득했다.

이른바 도네이션문화이다.

기증자는 막대한 재산을 나라에 헌납한 사람이자 명화를 소장했던 높은
안목의 소유자로 존경받는다.

뿐만아니라 국가는 기증자에게 세제혜택등 경제적실리를 부여했다.

그같은 미술관정책이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을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박물관정책은 있어도 홍보가 되어 있지 않다.

관계당국은 미술품을 사치품이나 소비재로 간주하거나 개인재산으로 고착
시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생각만 하는 듯 보인다.

국가가 진정 실리를 얻는 것은 세금을 매기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기증받아
미술관을 키우는 일이다.

미술품은 국가의 큰자산이며 명예이다.

개인이 가보를 나라에 흔쾌히 기증하는 분위기로 이끄는 박물관정책이
시행되기를 미술의 해를 앞두고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