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은행예금은 단하루를 맡겨도 이자가 붙는다. 원금은 물론 보장된다.
그러나 보험은 다르다.
당좌예금처럼 단기자금을 넣었다 빼쓰는 상품이면 몰라도 은행의
저축성예금과 보험상품은 수익면에선 비길바가 못된다.
몇개월동안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어도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험분쟁은 그래서 일어나고 보험에
대한 불신도 생기는지 모른다.
보험사는 왜 계약자의 보험료 원금까지 잘라 먹는걸까. 이유는 보험사가
보험료의 일부를 미리 써버리기 때문이다.
임직원의 월급을 주고 회사를 꾸려 나가는 경비로 쓰고 설계사
(보험모집인)수당으로도 사용한다. 보험사는 이를 사업비라고 부른다.
쉽게 얘기해 보험사는 고객에게 "당신은 언제 화를 당하고 죽을지도
모르니 빨리 보험에 가입하라"고 하지만 그이면에는 "우리 월급도
당신이 내주시요"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보험사의 경영형태나 방법은 다를수 있다. 고객이 낸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만은 똑같다.
보험사는 이를 보장받고 있는 유일한 금융기관이고 보험상품은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금융상품이다. 때문에 보험이 보장하는
수익률은 매우 낮다.
은행이자와는 비교도 할수 없다. 그러니까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하는 설계사가 있다면 그건 거짓에 불과하다.
물론 독자들중에는 보험에 가입해 은행예금보다 더많은 수익을 올렸던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익은 보험사가 올려준게 아니다. 아마도 설계사 자신이
받은 모집수당을 보험사가 보장한 수익에 얹어준 것일게다. 물론
보험상품에 은행이 갖는 저축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이자가
붙는다.
보험사가 회사에 쌓아놓은 저축보험료를 대출이나 유가증권투자등에
활용해 얻은 수익을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보험의 수익률이 낮은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사고가 터졌을 때
"보장"이라는 독특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별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이번 성수대교붕괴사고시 희생된 이모양(무학여고1년)은
작년12월 1천만원짜리 체증식보장보험에 가입,매월 4만9천원씩 10차례에
걸쳐 총49만9천원을 냈으나 이번재해사망으로 2천1백80만원의 보험금을
받게됐다.
낸 보험료의 무려 40배가 넘는 보상을 받게 된 셈이다. 만약 이모양이
중도해약을 했다면 낸 보험료 대부분을 되돌려 받지 못했을 게다.
요즘 하나로 두가지 기능을 하는 복합상품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TV에
비디오가 내장된 일체형상품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얘기다. 집에 설치
하는 것도 간편하고 리모콘 하나로 충분하게 조작할수 있다.
다만 비디오TV는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그러나 비싼만큼 제값을 한다.
더구나 TV와 비디오를 따로 사는 것보단 싸다.
보험은 TV(위험보장)와 비디오(저축)를 합쳐 놓은 것도 같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