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1백억달러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지원을 위한 리스가 지난73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올해
처음으로 1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리스업체들이 지난1월부터 9월까지 기업에 제공한 리스총액은
6조8천8백억원. 1백억달러(8조여원)에 1조1천2백억원정도 모자라는
수치다.

올들어 리스실행실적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6% 늘어났다. 연말까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실적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리스업계관계자들은 오는 11월 리스 8조원(1백억달러)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 1백억달러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국내에 리스가 처음 도입된 73년의 리스실행액은 약 1억원. 21년만에
1만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연평균 75%가 넘는 초고속성장이다.

최근 10년간의 성장률만 봐도 리스산업이 얼마나 숨가쁘게 커왔는가를
한눈에 알수있다.

83년부터 92년까지 국내리스산업의 연평균성장률은 46.5 3%.미국(9.91%)
일본(11.1 9%)독일(10.4 5%)영국(11.4 6%)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인도네시아(33.8 8%)베네수엘라(39.7 2%)등 개발도상국에도 앞서고있다.
절대규모에서도 국내리스산업은 세계7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 우리를 앞서고 있을 뿐이다.
기업들의 시설투자에 대한 리스기여도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시설투자의 23%가 리스로 이루어졌다.

미국(32%)에는 못미치고있으나 독일(17%) 일본(8%)영국(19%)이탈리아
(12%)대만(11%)보다는 훨씬 높다.

국내리스산업이 20여년만에 이처럼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된 것은
국내산업의 발전에서 비롯됐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첨단산업으로 발전해갈수록 시설투자도
비례해 커졌다.

국내산업설비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생겨난 리스산업이 당연히 성장할수
밖에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가지않는 리스를
선호한 것은 당연했다.

리스물건이 리스회사의 소유라는 점도 산업발전에 기여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설비투자를 할 경우에는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때로는 동일인여신한도에 묶여 은행대출을 통한 설비투자가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했다.

리스는 리스회사가 소유한 물건을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것이므로
여신이 아니다.

기업이 특정설비에 대한 리스금융지원을 받더라도 임대차형식이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에는 부채로 나타나지 않는다.

설비투자에 필요한 돈과 함께 여러가지 업무를 지원해준다는 것도
리스회사의 강점이다.

리스회사들은 설비구입시 구매대금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경비까지 지원
하고 있다.

수입리스의 경우 신용장개설에서부터 온갖 서류까지 리스회사에서 직접
챙긴다.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인력을 줄일수있다.

현재 국내에서 리스만을 전문적으로 하고있는 업체는 25개사. 서울
5개사와 지방 20개사가 경쟁하고있다. 이중 89년이후 설립된 회사가
17개다. 92년까지 불과 3년만에 업체수는 3배이상으로 증가했다.

리스영업이 잘되다보니 너나없이 뛰어들었다. 이처럼 리스업체가
늘어나다보니 "과당경쟁"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90년까지만해도 리스수수료는 부르는게 값이었다고 할정도로 이익이
많았다. 보통 자금조달금리보다 2~3%이상 높여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70년대말에는 리스마진이 10%를 넘어섰다는게 업계관계자의 얘기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리스업계의 마진이 소수점단위로 떨어졌다. 불과
2,3년만의 일이다.

이름깨나 알려진 대기업의 경우 리스회사들은 리스잔가를 포함해도
0.5%의 마진을 남기기가 힘들다. 정부투자기관과는 조달금리수준으로
리스계약을 체결하는게 대부분이다.

역마진도 종종 발생하고있다. 리스이용자인 기업입장에서는 리스마진이
줄어들수록 유리하다. 그만큼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금리자유화로 예대마진이 축소될수록 그혜택은 예금자와 대출을 받는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마진감소로 당장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되지만
경영혁신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수있게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리스의 경우 리스마진축소를 극복하기에는 영업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문제점을 안고있다.

우선 원화자금조달방법이 리스채발행밖에 없다. 리스채는 발행자의
신용등급과는 관계없이 동일한 금리로 발행된다.

조달비용을 낮추기위한 리스업체간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리가 낮을때 리스채발행을 늘리고 높을때에는 발행규모를 줄이는게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의 전부다.

자금조달통로가 단순하다보니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리스회사의 노력은
거의 없었다.

매출상품의 경우 리스 하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상품다양화와 차별화
가 불가능하다.

시설대여업법에 따라 인가를 받은 리스회사들은 시설대여업무만 할수
있다. 리스상품종류도 매우 단순하다.

단순금융중개기능의 리스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리스업체
에서 자동차리스등 유지관리부리스를 실시하는 정도다.

기계설비에 연계된 건물과 부동산등을 포함해 리스계약을 체결하는
포괄리스는 부동산리스가 금지돼있어 불가능하다.

구입대금과 이자등을 일정기간 이상 분할해 받는 연불판매방식도 리스
이용자의 부가가치세 2중부담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있다.

1백억달러시대 리스산업의 위기. 지금까지 해오던 물량위주정책에만
의존해서는 이익내기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맞고있다.

신상품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뛰어오르지 않으면 결국
무너질수밖에 없다.

업계 스스로 업무영역다각화와 경영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금융
자율화와 개방화의 파고속에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는게 리스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