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국으로 들어서는 문턱을 넘을수 있을까. 한국은 지난 30여년간
숱한 곡절을 겪으며 열심히 달려왔다.

그런 덕분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발전의 모델국가로,다시 신흥공업국
의 선두주자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이제는 달리는 방법과 내용이 달라져야함은 물론이다.

최근의 성수대교붕괴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와 사건은 우리 스스로를
다시 평가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 사회분위기는 이래서는 안된다.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분노와
자성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과연 한국이
세계각국에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가를 아는 일이다.

개방화 국제화 세계화시대라는 것은 한국경제가 독자적인 하나의
국가경제라기보다 지구촌경제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없는 경제,국경없는 세계라는 말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 세계에서 경제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남을 알고 자기를
알아야한다. 이는 손자병법을 들출 것도 없는 상식이다.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펴낸 "94년
세계경쟁력보고서"서 이미 낮게 평가된바 있다.

최근 상공자원부가 대한무역진흥공사에 의뢰해 작성한 "선진국에 비친
한국의 국가 이미지"보고서는 우리의 국가이미지가 낮은 수준에서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민주화등 정치적인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경제적 문화적측면에서는 부정적 이미지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미국의 CNN방송등을 통해 전쟁과 흡사한 각종 시위장면이 계속 보도되는
바람엘 "한국인은 과격하다"는 인상이 뿌리깊게 박혀있고 외국인과 외국
기업을 배제하는 자국기업중심주의와 동남아에서 화교가 발을 못붙인
유일한 나라일 정도로 "도지성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끔씩 터져나오는 대형 부정부패사건 때문에 "한국에서는 결제적
도덕성이 낮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의 변덕스러움 복잡한 규제와 관료주의 악명높은 투자유인책, 잦은
노사분규등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다.

이러한 국가이미지는 우리의 지속적인 수출증대는 물론 제값받기,
무역국제방지,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발언권강화에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국가이미지는 바로 국가에 대한 총체적 마켓팅이기 때문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는 국가이미지 촉진위원회(가칭)를 설립,수세적 홍보
에서 적극적 홍보체제로 전환하고 통상홍보를 국가안보적차원에서 접근
하며 국가이미지촉진법을 제정할것등을 상공자원부에 건의했다.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해외언론이 한국에 대하여 과대포장된 부정적기사를 쓰고있는 것이라든지
외국의 각종 보고서가 한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
한국을 잘못 인식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만일 그렇다면 총체적이고 전략적인 홍보체제를 통하여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이미지실추가 외국언론의 잘목된 보도에 주로 기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궁정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기가 우리의 결점을 고치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벌여야 하는
것이다. 아픈 곳을 감추고 치료할 길은 없다.

부끄럽지만 뼈를 깎는 아픔을 참아내며 아픈곳,어두운곳,잘못된 점을
고쳐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없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홍보체제를 재편,강화는
자칫 본말이 바뀔 위험이 따른다.

우리 사회는 문제의 본질을 바로잡을 생각을 하기에 앞서 변명을 일삼고
원인분석을 하기전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이미지재고를 위한 대책도 이미지실추의 원인을 외국언론등의
잘못보도로 돌려 홍보전략으로 접근하려는 인상이 짙다.

제품의 품질은 좋지 않은데,제도의 내용이 화려하지도 않은데 허위과장
광고를통해 소비자와 이용자를 혼란시켜 실상실적을 일시적으로 높이려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실패하게 돼있다.

위기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는 말이다.

비록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위험수준에 있다 하더라도,또한 국내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내실을 다지고 기초를 튼튼히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런 노력의 지속은 국가이미제고로 나타나지 않을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