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해방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래 처음으로 중국의 이붕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것인가 하는데에는 감상적인 입장을
떠나 몇가지 중요한 기본적인 요건들이 있다.

사실상 중국은 우리측이 강택민주석의 방한을 요청했으나 끝내는
이총리를 보냈다.

아마도 강택민주석은 북한의 김정일이 주석에 공식취임할때에 남한
보다는 한층 격을 높여 보내기 위해 보류한 것이라고 할수있다.

주목 첫째로 우선 우리의 대중국접근에서 견지해야할 입장과 관점은
서방이 중국에 어떤 접근을 하고 있는가 착실히 들여다 보면서 중국에
대한 접근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견지해야한다는 기상천외한 외교논리를
펴기도 하나 이는 외교밖의 논리라고 할수 있다.

서방의 대중국접근의 논리와 방식은 앞으로 상당히 많은 중국의 변화를
낳게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방의 대중국접근은 홍콩의 민주화문제와 티베트의 독립으로부터
시작하여 "등소평이후"로 연결되어 갈것이라고 본다.

이는 한반도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둘째는 "등소평이후"의 문제다. 이는 등소평이후 중국의 정치변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동아시아의 심층동인의 문제가 된다.

중국은 서투른 북한의 정치변동이 등소평이후 중국의 정치변동에 크게
충격을 줄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심을 갖고있다.

북한이 소련식으로 정치개혁을 우선하고 경제개혁을 뒤로하는 정치변동
으로 소련과 같이 혼란으로 갈 경우 다음 중국의 정치변동에 충격을
줄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인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등소평이후라는 관점에서 중국의 정치변동이 북한의
정치변동에 어떤 영향을 줄것인가 하는점과는 반대의 관점인 것이다.

중국이 전적으로 북한을 지지하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셋째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외교와 전략적인 상관관계라는
입장문제인 것이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였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최근 소련의 외교문서에서 보면 중국은 한국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
하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사실상 한국전쟁시에 한반도의 통일이 차단(?)되어 오늘의 휴전체제로
교착된 것은 중국의 군사개입때문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은 확실히 남한으로부터 미군철수와 미국의 영향력배제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서울에 와서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북한이 말하는 외교전략논리와 일치하고 있다. 또한 그 논리
에는 물론 남한으로부터의 미군 배제를 밑에 깔고 있다.

우리가 깊이 음미하면서 해야할 대중국접근의 기본점인 것이다.

서울에서 종국 대변인이 정전위대표를 철수시킨 것은 "북한과의 협의를
거친것"이라고 언명하고 있는데서 알수 있다.

한반도문제의 전략적인 해결에서 중국은 북한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명확한 말이된다.

한반도문제의 전략적 해결이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구한말 청일전쟁의 명분상 논리는 일본의 "조선반도는 독립국이다"라는
명제와 중국의 "독립국이나 속방이다"라는 명제간의 충돌이었다.

결국 양국은 천진조약에 이르기까지 합의를 못봐 인천 앞바다에서
청일전쟁이 개전된 것이었다.

일본은 중국의 세력을 한반도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논리였고, 중국은
중화사상을 견지한 논리였다. 지금은 그 반대의 경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안전보장정책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문제는 중국에 "북한도
남한도 언젠가는 우리의 세력권이 된다"는 전망을 조금이라도 주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라고 본다.

넷째로는 중국은 엄연한 공산주의 4원칙(일당독재,공산당의 지도,
마르크스 레닌주의및 모택동사상 지지,사회주의 길)을 견지하고 있는
사회주의국가라는 점이다.

물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파행적인
시장경제를 운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엄격한 것은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등소평 이후의 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중국사회
에서 사유재산제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는 사회주의사회를 근본에서부터 변화
시켜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몇가지 점을 전제해보면 중국은 자국의 동북지역에 대한 경제를
남한의 경제와 연계시켜 발전시킨다는 것을 기본적인 국가전략으로
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우리는 한.중관계에서 적어도 이러한 몇가지 기초적인 입장과 전망을
갖고서 중국에 대한 접근을 침착하게 진행시켜야 하리라 본다.

특히 경제교류에서 실질적인 중국에 허풍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금물
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