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앗! 머리! 손목! 허리!"

체육관 창을 넘어 새벽의 허공을 가르는 우렁찬 기합소리가 무척
싱그럽다.

상대와 마주한 상황에서 단전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죽도록
민첩하게 상대를 치고 나가 충일한 자세로 자신을 재정비하여 상대의
공격을 반사적으로 되받아쳐 방어하다 보면 거친 숨소리와 쏟아지는
땀방울로 온 몸이 파김치가 되지만 운동후 샤워를 하고나면 날아갈듯
상쾌한 기분과 말로 표현할수 없는 희열감이란.

검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변모하는 첨단산업시대에 그 힘든 운동인
검도를 수련한다는 것이 어찌 생각하면 시대착오적인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복잡다단한 시대에 하루하루를 숱한 고민과 긴장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그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에는 비길데없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일본 고유의 운동으로 잘못 알려진 선입견 때문에 경원시 해왔던 검도를
본격적으로 수련하게 된것은 건강을 염두에 두어야 할 40대로서 새로이
할수 있는 운동이 무엇인가 찾던중 직장후배인 안황준과장(대한검도
공인2단)의 적극적인 권유로 2년전 회사앞에 있는 검도장(청무관:서울
대치동소재)을 찾으면서 부터이다.

단전호흡과 기본자세로 시작하여 올바른 운검을 익히기 위해 항상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검도는 정신수양을 동반한 육체운동으로
자신은 물론 상호간의 예절을 중요시하므로 겸손과 예절이 자연스럽게
습관화하여 인격수양에도 큰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심신단련 정신수양 기술연마및 화랑정신아양을 목적으로 하는 검도는
개인적으로는 극기심을 길러 사회적으로 완전한 인간을 지향하는 특유의
수행방법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할수있는 운동이라는데
또한 장점이 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량으로 젊은이들과 대련하여 상대를
압도하며 한수 가르쳐 주고 여성으로서 남성과 대련하여 남성을
제압할수 있는 운동이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새벽 어스럼을 가르고 체육관에 도착하여 고단인 선배에게 지도를
받고 후배에게는 그 가르침을 다시 전달하고 도장 선후배및 7,8명되는
직장 동료들과 한바탕 대련을 하고나면 땀투성이 속에서도 흐뭇한
인정을 느끼게 된다.

바람이라면 우리 회사의 동료들로 단체를 구성하여 검도대회에 출전
하여 좋은 성적을 올릴수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늘 부족함을 느껴 한단계 더 나은 경지에
이르도록 끊임없는 수련을 해야하는 운동임에 더 큰 매력을 느끼며
힘 닿는한 계속 검도를 할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