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붕총리가 5일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4일 이한한다.

그의 이번 방한은 92년 한.중수교이래 발전하고 있는 경협을 일층 가속
시킬 계기를 마련함과 아울러 향후 양국간 전반적인 관계발전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북핵타결이후 전개될 대북 지원문제를 비롯 미.북접근
일.북대화재개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양국 정상이 진지한 대화를 가졌다는 것은 의미깊은 일이 아닐수 없다.

5일간에 걸친 이총리 일행의 일정을 되돌아보면 역시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경제에 중점을 둔 점이 두드러진다.

우선 방한 대표단의 구성이 경제계 기업인 중심으로 돼있는데다 이들의
일정이 기업 공장방문에 치중된 점이 그러하다.

경제분야에서라면 현재 양국간 진행되고 있고 경협속도는 만족할만
하다. 무엇보다 양국교역량이 매년 50%이상의 고속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서울 회담에서 양측은 이미 합의한 전자 자동차등 6개 기간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기술공여등의 프로젝트에 구체적인 진전을 보였다.

주요현안인 항공협정도 조인했다.

이같은 일련의 경협합의에 따라 양국의경제교류는 앞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협확대는 한반도안정화에도 플러스요인이 될 것이다.

이총리는 청와대회담에서 남북대화재개가 한반도 안정에 필요하며
중국이 중재역을 할 것임을 다짐했다.

남북문제에서 중국측은 향후 남북대화의 재개에 중국이 교량역을
하겠다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때 한국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점을 약속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향후 북한이 어떤 자세를 보일것인지 또 중국이
얼마나 확고하게 실천 할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겠지만 어쨌든 이 두개의
언질은 중요하다.

중재역은 중국이 갖고 있는 일종의 외교적 카드다.

이 카드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남북에 대한 중국의 등거리 전략인데
여기서 분명히 보이고 있는 것은 정경분리원칙이다.

중국의 정경분리노선은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이 있던 바로 그날 북경
에서 강택민주석이 북한의 "조통"대표단을 접견하고 "혈맹관계"를
강조한데서도 잘나타난다.

정경분리 정책자체는 시비의 대상이 될수 없지만 문제는 이것이
일방적인 것이 될때 이 원칙의 고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는 점이다.

가령 대만에 대한 제3국의 이 원칙 적용을 중국측이 거부한다면 그것은
중국식 정경분리원칙의 독점발상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외교와 선린의 요체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에 있다.

우리는 이총리가 방한중 체득한 현실인식의 바탕에서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는 정책을 전개해줄 것을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