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정은행장은 4일 오전 팩시밀리로 사퇴의사를 담은 편지를 세통
보내왔다고.

편지는 임원과 직원들 앞으로 각각 1통씩과 금융단출입기자단 앞으로
보낸 것등 모두 세통.

임원들과 직원들 앞으로 된 편지는 "은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태
에서 물러나게 돼 죄송하다"며 "동요하지 말고 업무에 매진해달라"는
내용.

윤행장은 2일 오후 와병중인 전남 강진의 큰형을 위문하기 위해 내려
갔다가 그날밤 광주로 와 늦게 저녁을 먹는 도중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껴 전남대병원에 입원.

병명은 가벼운 협심증으로 알려졌는데 5일 자세한 결과가 나올 예정.
윤행장은 입원중인 3일 오후 5시쯤 수행중이던 서삼영비서실장에게
"물러나겠다.

진단결과가 나오는대로 사퇴하겠다"며 밝혔으나 사퇴가 다소 빨라진것.

윤행장은 이관우전무에게 전화를 걸어 사표를 받아가라고 해 이전무가
4일 새벽 6시께 윤행장의 사표를 받아왔다.

윤행장을 만나고 온 이전무는 일부에서 윤행장이 대한유화에 대출해준는
과정에서 커미션을 받았다는 설이 관련,"항간에는 이런 문제로 은행장에
대한 내사가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내사가 진행되면 임원들이 그같은
사정을 알았을것"이라며 "내가 아는 한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행장의 갑작스런 사퇴소식에 접한 한일은행 임원들은 이날 예정된
"경영전략회의"시작시간인 오전8시보다 이른 오전7시 30분경에 모두 출근.

수도권 지점장 1백48명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는 예정대로 오전 8시에
열렸으나 뒤숭숭한 분위기속에서 1시간30분만에 서둘러 종료.

장기팔전무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는 직원들앞으로 보낸 윤행장의
편지가 대독되고 동요없이 업무를 계속하자는 얘기가 오갔다고.

<>.윤순정한일은행장은 현직 시중은행장중에서 최장수일뿐만 아니라
은행원중에서도 가장 오랜 경력을 가졌던 인물. 지난51년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은행원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44년째.

지난83년 임원이 된뒤 상무 감사 전무자리를 거쳐 지난90년에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장명선외환은행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유일한 호남출신은행장이기도
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