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혼잡으로 출.퇴근하는 샐러리맨들의 짜증은 날로 늘어만가는 형편
이지만 4일 교통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연간 교통혼잡비를 보면 불평으로만
끝낼 문제가 아닌것 같다.

교통혼잡비란 교통체증으로 추가발생하는 유류비 차량감가상각비등 차량
운행비와 지체된 시간을 임금비용으로 환산한 금액의 합계가 말한다.

그 교통혼잡비가 해마다 급증하여 작년 한해에는 8조6,000억원에 이르렀고
금년에는 10조5,000억원이상이 될것으로 추정된다니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작년 교통혼잡비 8조6,000억원이 어느규모의 금액이냐하면 서울시 한해
예산 8조원과 맞먹는 것이고 국방예산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정부로서도 속수방관할 성질의 일이 못된다.

서울시에서는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15일부터 "나홀로
차량"은 강변북로에서 영동대교 북단집입을 금지시킬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승용차 "카풀"을 원하는 시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다.

카풀중계센터에 의하면 사고이후 카풀 전화신청이 평상시 보다 5~10배나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이전에는 카풀신청자의 7할정도가 "이용자"였으나
사고이후에는 "차주"가 7~8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가.

승용차의 차주들이 승요차로 출.퇴근하는 것을 자제하고 차주끼리 교대로
카풀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나홀로 차량"으로 단속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현재 지하철이나 버스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을 카풀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승용차 감소효과는 기대할수 없게 된다.

요즘 경부고속도로등의 "만남의 광장" 주차장은 "골프족"의 승용차때문에
기타 일반의 승용차는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하고 길거리에 주차하게 되어
교통혼잡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한다.

그렇게 된 까닭은 "골프족"이 "만남의 광장"에서 각자의 승용차를 주차
시킨뒤 1~2대의 승용차에 카풀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골프치는 사람이라면 우리사회에서는 지도층에 속하는 인사들이다.

이들이 이런짓을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닌가.

승용차가 보급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이나 시민이나 우리사회가 "모터리제이션"이 되면 우리
사회에 어떤 양상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란 말인가.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