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는 이 세상을 풍자하며 "수준의 차이로소이다"라는 글을 쓰고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이 우리의 의식과 행동양식, 그리고 가치관과
규범의 수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의 성수대교 사건만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되었던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한데 묶여 들어난 일이다.

모두가 그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매맞을 사람이 잡혀나와 만인 앞에서
맞는 것을 보았으면 시원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는 우리
모두는 잘하고 있는데 몇몇 못된 사람들이 있어 그렇게 되었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수준이 아무리 선진국 문턱에 서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것밖에 안된다는
것을 즉명하게 보여 주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성급하게 외양만 갖추면 그만이고 대충대충 눈가림으로 살아가려는 우리들
의 의식수준과 생각들이 각 분야의 부실을 만들었고 저렇게 성수교를
흉물스럽게 서있게 한 것이 아닐가.

이렇게 보면 성수대교야말로 우리모두를 그대로 들어낸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밤낮없이 열심히 뛰고 땀흘려 일해
왔던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삶의 행복을 느끼면서 살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그것이 오늘의 성수교였다면 우리는 뼈를 깎는 후회와 땅에라도 기어들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옳다.

큰 사고가 나면 서로가 책임따지기에 바쁘고 세월이 가면 다같이 건망증에
걸려 깡그리 잊어버리고 또 다른사고가 일깨워줄때 다시 극성을 되풀이 하는
우리의 심성으로는 백년하청이다.

다시는 이런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우리모두가 "내가 바로
성수대교다"라는 생각으로 우리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자리잡은 갖가지
부실을 몰아 내도록 반성하고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것이야말로 성수교 사고로 무참히 가신 넋들을 위로하고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나라의 부끄러움을 진정으로 반성하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