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이 통합되고 있다. 멀티미디어시대에 예술과 과학은 더이상
별개의 것일수 없다. 과학을 배제한 예술,예술을 무시한 과학은 존재하기
어렵다.

미국일리노이주 시카고시내 한복판 37가에 자리잡은 시카고예술종합학교
의 변화는 바로 이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시카고예술종합학교는 이름 그대로 복합콘서바토리이다. 미국내 예술학교
로는 단연 1급수준을 자랑한다. 학생은 2천2백명,교수는 3백명.7:1의
비율이다.

"2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학교의 강점은 자유입니다. 학생들이 지닌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기술과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학교의 기본방침입니다."

데이비드 폴릭총장(47)의 설명이다.

40대의 폴릭총장이 이끄는 이 학교는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80년대말
이미 교과과정의 개편을 단행했다. 89년 "예술과기술과"및 "타임아트과"
를 신설했다.

뿐만아니라 3차원영상분야과목을 계속 늘여가고 있다. 실리콘그래픽스
등 컴퓨터소프트웨어도 많이 도입했다. 멀티미디어인재를 기르겠다는
취지이다.

"20세기말의 예술은 사회의 모든분야 특히 과학기술과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됐습니다"

폴릭총장은 특히 컴퓨터는 예술의 표현영역을 넓히는 중요수단이기
때문에 강조하지 않을수 없는 분야라고 말한다.

"예술과기술과"의 커리큘럼은 기존 예술대학의 것과 완전히 다르다.

컴퓨터이미징,디지탈사진,컴퓨터애니매이션,컴퓨터홀로그래픽 등
멀티미디어관련과목을 가르친다.

저학년생들은 이 학교에 개설된 모든과목을 들을 수 있다. 사진 조각
패션 섬유예술 공예등 원하는 과목을 수강한다. 하지만 미술과 영화는
필수이다.

고학년에 가서야 3차원영상과 비디오예술등을 전문적으로 배운다. 이때
컴퓨터와 미술을 모르면 따라갈수가 없다.

이 학과의 학생수는 3백명. 전세계에서 온다. 물론 한국학생도 포함돼
있다. 강의는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 고학년이 될수록 수업시간은
길어진다.

대학원과정에서는 실습위주로 배운다.

기술뿐만 아니라 휴머니즘에 뿌리를 둔 예술을 알아야 멀티미디어를
이해할수 있다는 것이 이 학교운영위측의 뜻이다.

"예술적인 창의력없이 멀티미디어 소프트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이지요.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
만큼 새롭고 남달리 표현하느냐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데생부터 가르칩니다. 학생들에게 모든분야의 예술을 접해보라고
권하기도 하지요"

쇼운 데커교수의 얘기이다. 데커교수의 학부전공은 독문학.대학원과정
에서 조각과 회화및 컴퓨터예술을 배웠다. 이른바 멀티교수(?)이다.

이 학교가 멀티미디어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소니사를 비롯한 기업체관계자들의 방문도 한다. 재정지원을 하는 기업도
늘고있다.

멀티미디어시대에는 크리에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0년대에는
수십만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은 어떤 상상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수 있는 창작력을 갖춰야
한다. 컴퓨터조작능력은 기본이다.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해 시카고예술학교외에도 미국의 많은 대학이
멀티미디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바드,스탠포드,미시간주립대등 유명대학 10여곳에서 멀티미디어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LA에 있는 미국영화학교에서는 91년 애플컴퓨터사의 협력을 받아
컴퓨터영상기술강좌를 개설했다.

93년에는 애도브,소니,매크로미디어등 7개 회사가 멀티미디어인재육성을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의 뉴미디어센타 지원계획을 세웠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전쟁은 우수인력 확보전쟁에 다름아니다.

21세기인재를 어떻게 키우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21세기의 멀티미디어
시장의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