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상수지와 원화환율이 거꾸로 가고 있다.

경상수지는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은 하락
(원화가치절상)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환율은 상품과 서비스의 국가간교역 결과치인 경상수지와 같은 방향
으로 움직인다.

경상수지가 적자이면 환율은 올라가고(원화절하) 흑자를 나타내면 떨어진다
(원화절상).

실제로 지난86년부터 89년까지 경상수지가 큰폭의 흑자를 기록했을때 원화
환율은 달러당 861원40전에서 679원60전까지 떨어졌으며 적자기였던
90~92년중엔 716원40전에서 808원10전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올들어선 이론과 현실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1~9월중 경상수지적자는 44억달러로 작년동기보다 무려 6배나 증가
했다.

하지만 원화환율은 지난달말현재 달러당 798원90전으로 작년말보다 9원
20전이나 절상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경우 환율이 올라 다시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 적자가 축소돼야 하는데도 요즘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환율이 떨어져 경상적자규모를 확대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국내에 흘러들어온 외국돈이 많기 때문이다.

환율은 경상수지 뿐만 아니라 주식투자자금등 장단기자금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자본수지에도 영향을 받는데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더라도
자본수지흑자폭이 이보다 많을 경우 환율은 떨어지게 돼있다.

실제로 지난1~9월중 자본수지는 경상수지적자폭보다 14억7,000만달러나
많은 58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합한 종합수지는 7억달러의 흑자를
나타냈고 이결과 원화절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실물경제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본유입으로 경상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환율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특히 자본자유화가 가속화되는 내년부터는 이같은 추세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수출은 부진한데 투자차익을 노린 뭉칫돈이 들어와 환율이 절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 대응책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