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오늘 서울을 떠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를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가지며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인도네시아의 보고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도 참석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는 자원개발, 투자및 건설, 산업기술개발, 사회
간접자본의 확충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와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큰 나라들
이다.

또한 APEC는 가입회원국이 17개국이며 역내 총인구가 21억,국내총생산(GDP)
이 12조달러에 달해 세계인구의 40%, 세계총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경제블록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남북경제협력의 걸림돌이던 북한핵문제가 북.미회담으로
해결된 직후이며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각국이 국제
경쟁력강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 그 어느때 보다도 경제협력이 중요해진
때이다.

이같이 중요한 시기에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우리기업의 진출확대와
경쟁력강화, 우리경제의 위상제고등에 많은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APEC지도자 경제회의에서는 지난 93년 미국 시애틀에서 합의한 8개
사항의 이행여부를 점검하며 역내 무역및 투자활성화방안을 논의할 예정
이다.

그러나 이번 APEC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APEC 회원국간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이질성이 상당히 커서
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형성되기가 쉽지 않다.

회원국중 미국이나 일본은 연간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데 비해
신흥공업국들은 1만달러 안팎이며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수백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격차와 이질성 때문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등은 회원국의 경제발전정도에 따른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의 설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무역및 투자자유화
선언"을 채택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일부 동남아국가연합(ASEAN)회원국들은
자유무역지대의 확대로 선진국에 이익을 뺏길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미 동남아지역에 확고한 기반을 닦은 일본도 미국에 주도권을 뺏길까봐
주저하고 있으며 중국도 구속력있는 자유화일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엄청난 잠재력과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APEC 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조정하고 실현성있는 무역자유화방안을 제시하는
등 국제경제질서의 개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순방외교가 이점에 대해 큰 기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