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여덟번째 맞는 섬유의 날.

지난 87년11월11일 섬유수출이 국내산업중 처음 1백억달러의 고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고 섬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결의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올해 섬유업계는 이날을 어느때보다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다시
맞이하면서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87년을 고비로 섬유수출증가율이 해마다 낮아지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력을 상실,침체의 늪에 빠져가던 섬유산업이 올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불황탈출의 청신호를 나타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전반적인 세계경기회복에 크게 힘입은 것이지만 그동안 장기불황의
한파를 헤쳐오면서 업계가 주력해온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나라의 섬유수출은 90년대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전망하고 있는 올해 섬유수출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1백70억1천만달러.87년이후 섬유수출증가율은 해마다 낮아져
90년에는 수출규모자체가 마이너스성장이라는 유례없는 경험을 했고
91년 5.5%,92년 1.5%,지난해 1.1%의 저성장이 계속돼온 것에 비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올해 9월까지의 섬유수출실적도 1백28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늘어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수출구조도 바뀌고 있다.

과거 주종수출상품이었던 의류가 값싼 임금을 무기로 세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및 동남아의 거센 도전을 견디지 못하고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상실,갈수록 수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세계최대의 산지인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대량의 적기공급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직물이 수출주력상품이 되고 있다.

직물수출은 해마다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도 9월
까지 전체 섬유수출의 절반이 넘는 64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3%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직물수출은 의류제품의 대량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 동남아등의
급증하는 원단수요에 힘입어 상당기간 두자리수의 신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섬유업계가 이같은 국면전환을 계기로 새로운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은 산업주변여건도 크게 호전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수출과 고용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추산업
이자 해마다 1백억달러이상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외화가득산업의 위상
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걸핏하면 저임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퇴조산업
으로 치부되는 잘못된 "사양론"에 시달려 왔다.

이에따라 정책 자금지원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려나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일신되면서 정부와 업계 모두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섬유산업은 첨단기술을 필요로하는 선진국형 미래성장산업이자 영원히
존속되는 생활문화사업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투자확대
기술개발 구조개선등을 통한 재도약의 기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데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섬유산업 되살리기"에 정부
기업 정치권이 함께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섬유산업의 중흥을 겨냥한 "섬유산업
르네상스정책"이다.

과거 정부 업계가 공동수립한 "섬유산업구조개선 계획"이 섬유산업의
실상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탁상공론화됨으로써 산업발전전략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지못한 문제점이 노출되자 새로운 섬유산업의 비전을 제시
하고 실질적인 지원대책마련에 본격 나선 것이다.

현재 상공자원부와 섬유산업연합회 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이 섬유산업 르네상스정책은 <>생산공정의 첨단화및 터치(Touch)의
예술화를 통한 고가상품 개발 <>섬유산업은 첨단기술이 접목됨으로써
미래유망산업으로 성장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 <>신섬유 염색가공
패션디자인등 전략분야의 집중육성과 봉제 방적분야등의 구조조정을
통한 차별화전략으로 섬유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이룩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형 생활문화사업으로서 2000년대 섬유산업의 위상을 재구축한다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성장잠재력을
되살려 섬유산업의 양적.질적 재도약을 동시에 이룩한다는 전략이다.

섬유산업육성은 재계가 역점을 두고있는 국가경쟁력강화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전경련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내에 섬유산업육성
대책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가동중에 있으며 전경련이 직접
나서 섬유기술연구소건립기금을 지원하고 산업구조개편을 위한 대규모
정책자금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정치권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섬유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국회차원의 대책마련을 위해 윤영탁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17명이 합심해 "섬유산업발전연구회"를 지난 6월
발족,섬유산업지원을 위한 관련법제정및 개정방안연구,산업현장방문및
애로사항청취,정부주무부처와의 정책협의및 토의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섬유산업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같은 주변분위기의 일변은 모두 전례없던 일이다.

오랫동안 깊은 불황의 늪을 헤쳐나오는 동안 업계는 스스로의 구조조정을
통해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역량을 축적해온데 이어 주변 "원군"의
도움까지 얻음으로써 미래성장산업으로서 섬유산업의 위상을 다시
구축하고 발전을 가속화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것이다.

여덟번째 "섬유의 날"을 맞는 업계의 다짐은 그래서 더욱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