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파동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강조해 오던 증권당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우선주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골자는 우선주 발행회사들에 일정비율의 우선주매입을 의무화하고
우선주전환조건의 회사채발행을 잠정적으로 중단시키는등 주로 일시적인
수급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조치는 잘못 시행된 우선주 발행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보다는
우선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미봉적 성격이 짙다.

그동안 실시됐던 우선주 신주공급제한대책(90년3월)과 자율매입결의
(94년9월)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던 것처럼 이번 조치도 캄플주사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현재 우선주의 싯가총액은 6조5,000억원대에 달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으로
증권회사및 일반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할 우선주는 싯가총액의
4.8%인 3,124억원에 그치고 있다.

또 강제로 우선주를 사야할 회사는 전체우선주 발행회사 152개사의 28%
수준인 43개사에 불과해 나머지 109개사의 우선주는 아무런 뒷받침도 없이
덩달아 오르기를 기대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국은 매입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증자후순위배정, 점포증설규제
등의 불이익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처럼 미온적인 처벌만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내년 3월까지 자사발행 우선주를 매입하고 1년간 매각을 금지토록
했으나 그 이후에 대한 장기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우선주의 장래는 계속
불안할수 밖에 없다.

이밖에도 이번 대책에서는 우선주파동의 주요 요인이었던 무의결권에
대한 뚜렷한 처방을 찾아볼수 없어 더욱 아쉽다.

증권당국은 그간 증시자율화를 강조해 왔고 투자자들이 우선주대책을
호소할때마다 "우선주 매입강제는 인위적인 주가조작이 되고 보통주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게 된다"고 되풀이 해왔다.

무엇이 이같은 당국의 입장을 포기하게 했는지는 알수없지만 불공정거래의
조장이라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강제로 우선주를 사야할 회사들로서는 별도의 자금마련
등 부담이 따르겠지만 과거 경영권불안없이 손쉽게 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쓴 대가의 일부나마 이 기회에 갚는다는 자세로 매입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병이 나서 우는 아이에게 임시로 젖을 물린 격이다.

젖으로 울음은 그치게 할수도 있겠지만 병을 고칠수는 없다.

증권당국은 개정상법에 보다 실효성있는 개선책을 명시하는등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