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무역자유화는 과연 달성될 것인가"

11일 자카르타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된 제6차 APEC(아.태경제
협력체) 각료회의는 이 문제에 대한 각국의 의견개진이 주종을 이뤘다.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등 역내
18개회원국들의 무역및 투자장멱을 오는 2020년까지 완전히 제거하자는게
이번 회의의 주요 테마다.

EU(유럽연합)를 능가하는 환태평양 무역블록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다.

첫날 회의에서 한국대표인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이 "역내 무역자유화는
APEC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공동과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을
비롯, 각국 장관들은 발제연설의 대부분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에 할애했다.

각료회의는 12일 오전 무역자유화문제를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채택,
15일 자카르타 근교 휴양도시인 보고르에서 열릴 APEC지도자회의에 구체적인
추진방안의 바통을 넘길 예정이다.

이날 각료회의에서는 역내 무역및 투자자유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
나갈지에 대한 장기비전을 놓고 적지않은 회원국간 대립이 빚어졌다.

앞으로의 전도가 밝지만은 않음을 엿보게 했다.

미국 호주와 주최국인 인도네시아측 정도만이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했을 뿐
그밖의 대부분 국가들은 원론적 입장을 개진하거나 회의론을 펴는 모습
이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태국등 아세안국가들은 "알맹이가 없는 추상화를 그리자는
얘기냐"며 강하게 거부입장을 밝혀 주목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밖에 비구속적(non-binding)성격의 "아.태투자규칙"을
채택한다는데도 거의 견해가 모아졌다.

그동안 회원국들간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거듭해온 점에 비춰보면 하나의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정신을 전제로 한 이 규칙은 <>투명성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송금 <>분쟁해결 <>이중과세방지 <>자본수출
장벽제거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회의막판 미국측이 내국민대우등 일부 조항을 투자가 보호를 위해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최종적인 채택여부는 12일 회의로
넘기게 됐다.

회의에서는 또 표준및 통관등 역내국가간 무역.투자 촉진을 위한 프로그램
을 발전시켜 나간다는데도 합의가 이뤄졌다.

이를 위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무역투자위원회(CTI)산하에 표준및
통관소위를 3년시한으로 설치, 구체적인 협력절차를 다듬어 나가기로 했다.

이와함께 곧 출범할 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관련, 역내국가들간에 투자
관련 분야에서의 자유화폭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브라운미국상무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WTO협정의 조기비준과 아.태투자규칙
의 국내수용및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역내국가들이 공동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또 비공식기구였던 "APEC 경제현안및 동향 특별그룹"을 공식
기구인 "경제위원회"로 전환하는데도 합의했다.

아.태지역내 거시경제정책 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이 가능해졌다(장석환
상공자원부 제1차관보)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의는 이밖에 북한을 비롯, 베트남 콜롬비아 페루등 역내 비회원국들의
추가 가입허용여부에 대해서도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밀도있는 협의체 운영을 위해 오는 96년까지 신규회원국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작년 시애틀회의에서의 합의에 걸려 더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3년후 어떤 기준으로 추가 가입을 허용할지를 논의할 "연구팀"을
구성,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등 6개국을 참여시키로
함에 따라 관심의 촛점인 북한의 가입허용여부에 주목이 모아지게 됐다.

이번 회의에 대해선 그러나 "역내국가들간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논의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수사학적인 말의 성찬만 있었을 뿐"이란 비판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경제규모(미국 브루나이) 문화(미국 동남아) 지리(한국 칠레)등 여러가지로
이질적인 국가들간에 포괄적인 경제협력이 논의되는데서 오는 현실적 괴리를
넘어서지 못하는데서 오는 본질적 한계가 아니냐는 평가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