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주식입찰을 둘러싸고 한바탕 투기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10일로 끝난 한국통신주식 3차입찰에는 개인응찰자 66만3,359명,법인
541개가 몰려 입찰금액의 10%를 예치해야 하는 입찰보증금만 1조4,599억원에
이르는 과열양상을 빚었다.

올해 4월에 있었던 2차입찰때와 비교해보면 개인응찰자수가 16만9,691명의
3.9배에 달했으며 법인의 경우 280건의 2.9배로 늘어났다.

낙찰가격도 2차입찰때의 3만4,700원보다 1만원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입찰열기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한국통신입찰에는 물량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시간이
갈수록 응찰가격이 높아지는 투기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문제다.

투자상식대로라면 대상기업의 가치를 따져본뒤 적정응찰가격을 계산하여
응찰하고 탈락해도 그만인 것이 원칙이다.

이같은 원칙이 무시되고 돈놓고 돈먹기식의 투기바람이 불어 건전한
투자분위기와 생산의욕을 위축시키고 계층간의 위화감을 증폭시킬
위험을 파생했다.

뿐만아니라 한국통신주식이 한국이동통신주식과 비교되는등 잘못된
정보와 과잉기대로 과열되었다가 내년에 상장된뒤 매물압박 증시침체등으로
주가가 기대에 못미치거나 폭락할 경우 또 한차례의 소동을 빚을수
있는 소지를 조성했다.

둘째 너무 많은 돈이 주식투자에 몰려 자금배분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입찰보증금을 역산하면 모두 14조5,000여억원이나 되는 돈이 한국통신주식을
사기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일반은행의 자산운용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주식투자금액이 92년말에 비해 불과 1년반만에 97.8%나 늘어났으며
국내자산중 유가증권투자비중이 17.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은행대출을 얻기 어려우며 최근에는
서울지역 어음부도율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셋째 이번 입찰에 동원된 엄청난 자금은 정부의 방만한 통화관리를
반증한다.

지난해 금융실명제 시행때 많은 돈이 풀려 통화수위가 높아진데다
경기확장으로 물가상승이 걱정되는데도 정부는 금리안정,호황국면지속에
집착한 나머지 통화관리강화에 실기한 감이 없지 않다.

끝으로 올4월의 입찰소동과 이번의 과열경쟁으로 입찰방식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에는 입찰가격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일부언론이 의도적으로
과열경쟁을 부추겼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국민세금과 정부지원으로 성장한 공기업의 주식매각이 돈많은 계층에만
이익을 주지않도록 입찰방식의 개선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