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는 부활하는가.

지난해하반기부터 강세장을 선도했던 삼성전자등 블루칩의 상승세가
주춤해지자 향후 주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승장세 초기에 주도주 노릇을 해온 우량제조주가 이제 그 역할을
금융주등으로 넘기는 과정에 접어든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요즘 우량제조주의 상승세는 분명 멈칫해졌다.

지난해8월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15만원으로 올라선후 소폭 밀린 상태에서 한달가량 제자리걸음을
해오고있다.

현대자동차등 우량제조주들도 상승폭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강한 상승
흐름을 보여 강세장을 선도해왔으나 요즘은 좁은 범위의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추가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만들어낼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이 불안감이
금융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강세장이 시작될때 7백선이던 종합주가지수는 1천1백대로 올라서 이
기간중 60%가량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업종지수는 30%,증권업종지수는 겨우 18%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그것도 우량주의 오름세가 주춤해진 요즘 고개를 들어 상승폭이 다소
커졌다.

주가가 덜올랐기 때문에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다는 기대감이
금융주에 관심을 쏠리게 할만하다.

금융주의 "화려한 과거"도 이 기대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지난89년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설때의 후반기 상승장을
금융주가 이끌었다는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지난85년부터 시작된 상승장에서 주도주가 초반기 우량제조주,후반기
금융주등 "트로이카"로 뚜렷하게 넘어갔었다.

현대자동차등 우량제조주가 상승장 초반을 주도했으나 종합주가지수를
2배가량 끌어올렸으나 86년들어 금융주 건설주 무역주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전면에 나서 지수를 4배가까이 폭등시키며 1,000포인트를
넘겼다.

상승초기 1년남짓동안 현대자동차 주가는 5.86배,삼성전자 주가는
4.95배가량 오른뒤 89년까지 제자리걸음 정도에 그쳤으나 86년초부터
89년4월까지 은행업종지수는 11배,증권업종지수는 무려 53배라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었다.

이때의 환상적인 상승을 다시 한번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 사이에는 "기대난" 또는 "시기상조"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때처럼 앞장서서 장을 이끌며 큰폭의 상승을 재현되기 어렵다던가
혹시 금융주가 주도주역할을 할때가 있더라도 당분간은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는 첫째 강세장의 출발이된 경기회복의 내용이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점을 든다.

지난번 경기는 3저란 외부변수의 덕이 커 일시에 확산됐다가 단기에
끝났으나 지금은 구조조정등 내부적인 자생력의 영향이 발판으로
시작돼 대기업등 "노력한 기업"들이 먼저 되살아나고 다른기업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치며 상당기간 호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하나는 금융주의 부상을 이끌어냈던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든다.

그때는 환율이 급속히 절상돼 수출에 타격을 받아 제조업체들이 어려움
을 겪었고 연간 1백억달러씩되는 무역수지흑자로 시중자금이 늘어나 돈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금융장세가 연출됐다.

그러나 지금은 원화절상속도나 무역수지등으로 미뤄볼때 금융장세의
재현을 기대할 상황을 아니란 진단이다.

제조주의 상승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도 주도주변화 기대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제조주중 삼성전자등 소위 "1등마"는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금성사
와 같은 주식의 상승폭이 아직은 미미하다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2등마가
뛸때"라고 본다.

그러나 금융주가 주도주로 부상하기는 힘들더라도 무시할수는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년증시에선 "수익률게임"의 양상을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주가수준이
낮은 금융주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주식시장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계속하겠지만 올해와 같은 급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 전반적으로 수익률을 높이위해 고가주보다는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간접자본투자확대등의 재료를 가진 건설주,금융산업개편등의 혜택이
클 것으로 보이는 은행주나 증시호황으로 실적호전이 지속될 증권주등을
그 대상으로 손꼽는다.

<정건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