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9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예상보다 빨리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눈치를 보던 대권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반클린턴
정서"를 확인, 자신감을 얻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전략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고 지적,
이미 96년 대통령선거전은 시작됐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많은 편이다.

특히 지난 92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대권을 빼앗긴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보수화를 간파,후보들이 난립을 하는등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대통령후보중 선두주자는 현재 공화당 상원원내총무를 하고있는 봅
돌의원.

선거가 공화당압승으로 끝난후 지지자들이 "1996"을 연호하자 "96년,
좋습니다"로 화답,차기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나타냈다.

이번 중간선거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돌의원은 7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안을 유지하고 있는 5선의원.그동안 클린턴대통령의
경제활성화계획 의료계획안등을 저지하는데 앞장서왔다.

지난 76년 제럴드 포드의 부통령러닝메이트로 대선에 참가했다가 패배
했고, 88년 공화당대통령후보지명전에서는 부시에게 져 "백악관행"이
좌절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있다.

그러나 공화당내에 그만한 거물급인사가 없어 이번에는 노려볼만하다는
평을 받고있다.

다만 71세라는 고령과 독선적이라는 이미지가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화당내 우파세력의 맹주로 "자금과 조직의 귀재"로 알려진 필
그램상원의원(텍사스주)도 선거운동 로고도안을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는등 이미 수개월전부터 대선출마를 준비해오고 있다.

그는 중간선거후 "이번선거에서 국민들이 클린턴정책을 반대했지만
2년후에는 클린턴 자체를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소한 3천만~4천만달러가 들어가는 선거자금을 위해 이미 선거캠페인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너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다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다는것이
약점이다.

조지 부시전대통령 집권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댄 퀘일도 세력이 점차
강해지는 기독교우파세력의 지원을 받아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재력있는 명문가출신의 댄 퀘일은 리더십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갖고있으나
정치적 야망을 계속 꿈꾸고 있다는 것.부시전대통령 역시 부통령시절에는
우유부단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제2인자로서의 한계때문에
약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주변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공화당에서는 딕 체니전국방장관과 잭 캠프전주택장관도 강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딕 체니전국방장관의 경우 우수한 두뇌와 단호한 리더십을 갖고있다는
평가를 받고있으며 잭 캠프전주택장관은 헤리티지재단내에 이미 자파
세력의 자문그룹을 형성,대선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내에서는 아직 클린턴에 대적할 강력한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클린턴의 인기가 계속 저조할 경우 예비선거에서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나서 클린턴에게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인 클린턴이 예비선거에서 패배하지는 않겠지만
지난 92년대선때 부시대통령이 예비선거에서 같은 공화당원인 패트
부캐넌으로부터 크게 타격받은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공화 민주 양당에 속해 있지 않지만 텍사스의 거부 로스 페로와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전합참의장도 강력한 대권후보로 꼽힌다.

페로는 공화당이 국가가 요구하는 변화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아직 출마여부가 미지수다.

그러나 인기면에서 클린턴을 훨씬 뛰어넘는 파월은 어느 당소속으로
나오든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그가 대통령에 출마할는지와 출마한다면 어느 당으로 나올는지가
관심거리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