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제전환과 통일의 비교정치/경제학 (하) ]]]

일부에서는 중국식의 점진적 개혁.개방정책을 북한이 채택하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등이 북한과의 경협을 활성화한다면 북한경제의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는것 같다.

그러나 이상의 논의에서 볼때 북한의 김정일체제는 체제전환면에서
제1단계인 부분개혁단계의 체제가 될것이며 중국식 모델의 적용에는 많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일체제의 장기적인 지속불가능성은 향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점진적
이고 부분적인 체제내에서의 개혁.개방정책과 체제유지의 상층관계
(trade-off)에서 찾을수 있다.

이것은 이행기 경제의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과
개방에 의한 경제효율성 증대및 경제회복의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며 결국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개혁.개방만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수 있으나 이것은
곧 바로 김정일체제의 기반을 밑으로부터 잠식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일체제의 초기조건은 중국의 경우처럼 경제개발을 통해 체제전환
을 유도할수 있는 "개도국형 체제전환"의 이점도 상당히 약하다.

이것은 북한경제구조가 지난78년 중국보다는 전반적으로 공업화단계가
높고 군산복합체에 의한 독점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 선진국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경제개발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악개발된 공업분야는 전환비용
도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할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때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한 채 한국모델을 적용하면서 개방이
되고 시장경제관리방식만 도입되면 북한의 성장잠재력은 클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단순하고 낙관적인 논리이다.

경제협력을 통한 점진적 통일론에 있어 중요한 전제는 경협을 통한 북한
경제 회복가능성과 북한내 개혁세력의 신장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대로 김정일체제하에서의 한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경협이 경제회복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지는 극히 미지수다.

김정일체제의 북한은 가능한한 한국을 배제한 채 서방으로부터 기존체제에
영향을 적게 줄 단순한 자본이전이나 두만강지역등 제한된 지역에 대한
투자만을 기대하는 전략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의 이해가 통일을 과제로 하는 한국의
이해와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한 경협의 기본 노선은 경협이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이끄는 "당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북전략및 통일전략은 우선 상대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그에 기초한 중.장기전략의 수립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형 점진주의 개혁.개방모델이나 독일식의 급진통일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체제다.

이런 면에서 볼때 우리는 단계적으로는 김정일체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향후 2~3년의 부분적 개혁기에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내의
개혁파의 성장을 도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