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전국에서 3,019개 법인이 부도를 냈다.

작년같은기간보다 29.5%나 증가한 수준이다.

개인기업체를 합할경우 7,793개 업체가 간판을 내렸다.

이에따라 부도율도 사상최고치까지 올랐다.

부도율은 지난 8월 0.2%를 기록한 뒤 9월에도 0.17%를 기록했다.

이는 올들어 경제가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정책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8.5%로 잠재성장률(7%안팎)을 훨씬 웃돌았다.

지난 91년상반기(10.0%)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도업체가 늘어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올해 경제성장이 "불균형"이란 점이다.

지난 2.4분기중 중화학공업은 13.1%나 성장했으나 경공업성장률은 전체
성장률(8.1%)의 3분의1 수준인 2.9%에 머물렀다.

특히 신발산업은 24.4%나 "후퇴"했으며 섬유의복업도 0.1% 성장에 그쳤다.

또 시중유동성이 골고루 배분되지 않은 것도 한요인으로 꼽힌다.

지난7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됐던 한국통신주식 3차매각입찰에 1조4,500억원
이 몰릴만큼 시중유동성은 풍부했다.

그럼에도 돈가뭄을 겪는 중소업체엔 돈구경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산업의 구조조정이라고 할수 있다.

지난 1~9월중 서울지역 부도법인은 1,619개로 전년동기(1,200개)보다
419개 늘어났다.

반면 신설법인은 같은기간 1,577개나 많은 7,585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
됐다.

신설법인이 부도법인보다 4.7배나 많은 셈이다.

불균형성장과정에서 신발등 사양산업의 부도가 늘어나는 반면 소프트웨어등
새로운 산업의 창업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도와 창업은 전환기 경제현상의 양면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수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쓰러지는 기업에 대해선 따사로운 보살핌을, 창업하는
기업에 대해선 적극적인 뒷바라지를 해줘야 하는게 정책당국의 과제이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