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초보자들이 좋든 싫든 제일 먼저 접하는 소프트웨어는 대개 문서편집을
위한 워드프로세서다.

글쓰기는 누구나 하는 일이라 대개는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컴퓨터 사용자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초보자들이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글을 쓴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되면 자신의 PC를 타자기 이상으로 활용하기 어렵게 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이 워드프로세서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 평생의
컴퓨터 라이프를 좌우한다.

그만큼 워드프로세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초보자들은 워드프로세서를 문서편집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컴퓨터
마인드에 익숙해지고 PC를 다루는 방법론을 익혀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워드프로세서가 단순히 글을 종이에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PC를 이용해 만든 문서를 저장하지 않는다.

워드프로세서로 열심히 문서를 작성하고는 이를 프린터로 출력한 후 할일이
끝났다는듯 전원을 꺼버린다.

그 문서는 메모리라는 블랙홀로 영원히 사라져버려 다시는 되살릴 수 없다.

PC를 타자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저장을 하더라도 자신이 만든 문서를 관리하는 것을 소홀히 한다.

한번 쓴 글을 책상위 여기저기에 흩어놓는 것처럼 PC 안에 문서가 어떻게
보관되는지 관심조차 없고 나중에는 자신의 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옮겨놓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일들을 포함하고 있다.

규격화된 양식이 따라 글을 쓰고 이 문서를 서류함에 잘 보관하는 것도
글쓰기와 관련된 행위다.

컴퓨터의 좋은 점은 자료의 보관과 수정 교환및 재활용이 쉽다는 점이다.

초보자에게는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이같은 PC의 장점을 살려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