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제도 개편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봉책이란
지적을 피할길 없는 내용이다.

재정상태에 비상이 걸려있는 각종연금중 지금 상태가 가장 나쁜
연금은 군인연금이다.

지난 72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연간 국고보조금이
5,000여 억원으로 보조금비중이 70%를 넘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도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안에 연금재원이 바닥나
해마다 1조5,00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터이다.

이렇게 공무원연금 재정상태가 불안하게된 까닭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6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의 경우 연금갹출 요율은 70년이후 5.5%
로 묶여 있는데 연금지급 대상자는 지난 82년의 3,742명에서 지난해에는
4만84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대로 공무원봉급을 묶은 대신
연금지급인상으로 보상하려 한것이 연금재정 악화를 가속화시켰다.

다른 하나의 원인은 방만한 자금운용으로 지난 82년에 연40%를 웃돌던
기금증식률이 지난해에는 9.1%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5조1,840억원인 공무원연금 기금중 35%가 넘는
1조8,335억원이 재정자금예탁이며 기금증식을 위한 수익사업에 배정된
돈은 30%가 채안되는 1조5,433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무원연금의 심각성이 이런 저런 경로로 여러차례 지적되자 총무처는
일찍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외뢰했었다.

그러나 KDI는 연금각출 요율을 현재의 5.5%에서 15%로 올리고 연금지급
대상을 국민연금처럼 55세이후나 60세로 높이며 연금지급기준도 현재의
퇴직전 1년간 평균금액에서 가입기간중 평균금액으로 바꿀 것을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총무처는 공무원들의 반발을 고려하여 지난 17일 발표한
"공무원연금제도 개선관련 정부방침"에서 연금각출요율만 7%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연금재원의 고갈시기를 10여년 가량 늦추는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당장의 반발을 피하려고 장래 문제가 커질줄 뻔히 알면서도 개선방안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해야한다.

규제완화와 시장자율추세에 맞춰 대대적인 정부조직축소및 공무원감원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의 근본해결에 도움이 될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시간제 고용이 크게 늘고
있는 판에 신분보장에다 연금지급까지 되는 공무원수가 마구 늘어나서야
어디 될말인가.

연금문제 해결에는 발상의 일대전환이 있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