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성능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군의 운요마루에서 쏘아대는 대포는 최신식의 서양제여서 그 위력이
대단했다.

사정거리도 길었고, 명중률도 정확한 편이었으며, 포탄의 폭발력도 강렬
했다.

그러나 조선군 측의 대포는 구식이어서 성능이 월등히 떨어졌다.

사정거리도 길지가 못했고, 명중률도 거의 기대 이하였다.

게다가 날아간 포탄이 폭발을 하지도 않는 그런 것이었다.

홍이포라는 것이 강화도 포대의 대포 가운데서 가장 큰 것이었는데,
포구장전식화포였다.

포탄을 포구로 집어넣고 화약에 불을 질러 발사하는데, 사정거리는 7백미터
가량 되었다.

그러나 날아간 포탄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쇠뭉치 그대로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물에 떨어지면 물기둥이 솟고, 배의 갑판에 명중해도 구멍이
뚫릴 정도였다.

사람의 대가리에 직통으로 맞아야 겨우 한 놈이 뻗을 것이었다.

말하자면 포격이라는 것이 돌덩이를 던져대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원시적인 대포로 상대를 하니 당해낼 재간이 있을 턱이 없었다.

떨어지면 맹렬한 기세로 폭발하는 일본군의 포탄 앞에 도리없이 포대는
박살이 났고, 수비병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도주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노우에 함장은 초지진 포대를 부순 다음 상륙은 하지 않고 군함을
돌렸다.

개펄 때문에 상륙작전을 펴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오후 운요마루가 찾아간 곳은 영종도였다.

한 고을을 쑥밭을 만들어 놓으라는 비밀 지령을 받고 있는 터이라, 그
작전을 실행에 옮기기에 알맞은 곳을 물색했던 것이다.

먼저 운요마루는 그 섬에 있는 포대에 포탄을 마구 퍼부었다.

이번에는 무조건이었다.

일단 조선군 측에서 먼저 도발을 하여 전쟁이 벌어진 상태이니 이제
주저할 것이 없었다.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고 불시에 공격을 당한 그곳 영종진의 수비병들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곳의 대포라고 해서 강화도 쪽과 다를 턱이 만무했다.

그나마 몇 발 제대로 응사해 보지도 못하고, 포대는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포대를 파괴한 다음, 이노우에는 육전대를 상륙시켰다.

닥치는대로 죽이고, 부수고, 불질러 쑥밭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병사들은 그야말로 살판났다고 앞을 다투어 상륙해 가서 미친 개들처럼
날뛰었다.

전쟁이 하고 싶어 안달이었던 보좌관 스기다 소위도 군도를 빼들고
앞장서서,

"도쓰게키!(돌격) 도쓰게키!"

고래고래 외쳐대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