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삼대통령은 각료들에게
세계화를 슬로건으로한 자신의 시드니구상을 설명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후속조치 마련을 내각에 지시했다.

경제기획원을 비롯 내무 외무 공보처등 일부부처의 경우 이미 나름대로의
세계화방안을 마련, 보고하는 기민성도 보였다.

청와대 경제비서실은 기존의 "사회간접자본기획단을"을 "국가경쟁력강화
기획단"으로 확대 개편, 세계화 추진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소 추상적이며 국제화와는 그 개념마져 모호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이제 세계화는 변화와 미래에 대응하는 우리의 지상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세계화의 개념을 한마디로 "세계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세계를 경영하는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세계화는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
밝혔다.

아울러 세계화 장기구상을 마련한 뜻은 "밝은 미래상만을 제시하자는게
아니라 내일을 위해 이시대의 우리가 어려운 과제에 대처해 나갈 것을 호소
하기 위한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김대통령의 세계화 구상은 적어도 이번 해외순방
기간중 단시일에 정리되고 발표된 것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해외순방과 내한한 각국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사회의 조류를 실감함을 공사석에서 토로해 왔다.

반면 그토록 개혁과 정의를 강조하고 스스로 앞장서 실천해 왔건만
성수대교붕괴 인천세금착복사건 지존파사건등 국내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대해 심한 "괴리감"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세계화 선언은 바로 이같은 괴리의 극복이 절실하다는데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가 다 뛰고 있는데 더이상 우리만 나라안에서 아옹다옹하도록
버려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지도자로서의 자각이 바로 시드니구상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밝혔듯이 세계화의 대상은 어느 특정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각분야 모두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들 여러분야가운데 경제분야가 가장 주목받는 대상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세계화의 기저에는 "경제마인드 제고"라는 원칙이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각각국의 최대관심은 지금 경제전쟁에서 이기는데 쏠려 있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 경제마인드를 고취하는 일은 세계화의 핵심부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인 셈이다.

단적인 예로 김대통령은 최근들어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가리켜 "세일즈
외교"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방한하는 각국 정상들이 기업인을 대동하고 우리와의 경협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나름대로 느낀점도 많았다는 견해도 피력해 왔다.

이번 아태3국방문시 처음으로 우리기업인을 대거 동행한 사실은 바로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내에 국가경쟁력기획단을 설치하고 경제비서실의 일부조직을 손댄
것도 따지고 보면 세계화의 효과적인 추진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변화하는 세계에 대통령스스로 변하고 아울러 그 변화의 필요성을 사회
곳곳에, 국민개개인에 심어주자는 시드니구상.

그 구체화 작업이 이제 실무진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 김기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