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유럽증시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증시침체가 개도국신흥증시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돼 주목을 끌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는 22일 91.52포인트(2.43%)나
떨어져 3,677.99로 폐장됐다.

이 하락폭은 지난 2월4일 미금융당국이 3년여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을때 96.24포인트 폭락한 이후 하루하락폭으로는 9개월만의 최대이다.

주가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의 금리인상조치였다.

연준리(FRB)가 지난주 올들어 6번째로 금리를 올리자 증시의 자금이탈현상
이 가속화됐고 그결과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FRB가 올연말이나 내년초에 또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하락
을 부채질했다.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지금 돈을 빼내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금리가 크게 오른데다 추가인상가능성마저 있어 주식투자비율을
줄이고 채권투자비율을 높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권은 주식과는 달리 확정금리를 갖고 있어 채권투자는 주식투자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고정수입을 보장해 주는 장점이 있다.

주가폭락의 또다른 원인은 컴퓨터자동매매프로그램이었다.

지난 며칠동안 주가가 연일 떨어지자 이 프로그램에 "매각"신호가 켜지면서
매도물량이 대거 출회돼 주가하락을 부추겼다고 거래업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주가가 이날 하룻동안만 떨어졌다면 크게 문제삼을 것 까지는 없다.

문제는 지난 17일부터 4일연속(거래일기준)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4일동안의 하락폭은 1백67포인트(4.3%)에 이른다.

상황이 이처럼 예사롭지 않자 극히 일부의견이긴 하나 "제2의 블랙먼데이"
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지난 87년 10월의 주가대폭락상황과 일면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하룻만에 무려 5백포인트이상 주가가 떨어졌던 블랙먼데이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과 뉴욕증시의 컴퓨터자동매매 프로그램때문에 발생했다.

이날 유럽증시도 미국의 주가폭락에 영향을 받아 크게 떨어졌다.

뉴욕주가폭락에 따른 매입심리위축과 그에따른 증시분위기냉각은 영국
독일 프랑스의 주가동반하락을 초래했다.

런던증시의 파이낸셜타임스1백주가지수는 42.3포인트(1.4%) 떨어졌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닥스지수도 약30포인트(1.4%) 하락했다.

파리증시의 CAC주가지수도 1%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주가하락이 선진국전체의 주가하락도미노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주가하락으로 선진국증시의 주가는 작년말 폐장가보다 모두
낮아졌다.

올들어 지금까지의 주가하락폭은 미국이 약 2%, 영국 10%, 독일 8%,
프랑스 15%에 이른다.

선진국증시의 침체원인은 독일과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과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우려로 요약되고 있다.

앞으로 선진국증시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등이 2-3개월안에
또다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진국과는 달리 활황세에 있는 개도국 신흥증시는 선진국증시침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선진국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개도국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개도국의 증시개방폭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선진국
증시를 떠난 핫머니중 상당액이 신흥증시로 몰려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