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부터 단행되는 3단계금리자유화조치로 금융자율화의 핵심인 금리
자유화는 사실상 완결된거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여신금리의 경우 자유화율이 90%이상으로 높아졌고 수신쪽에서도
요구불예금등 자금시장에 그다지 교란요인이 없는 것만 남았다는 점에서다.

더군다나 한은으로 부터 저리의 자금을 지원받아 왔던 상업어음할인등
정책금융금리를 제한적이나마 자율화한 데서도 금리에 관한한 규제나 통제를
지속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게 한다.

지금까지 통화관리를 위해 통화채와 환매채를 은행등 금융기관에 강제로
떠넘기지 않고 내년부터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바꾸는 등 간접통화관리방식
을 도입하려는 것도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수 있다.

이번 조치가 자금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정부당국은
일단 낙관적인 판단이다.

우려할 만한 자금시장의 불안이나 금리상승이 빚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의 경우 예금금리가 소폭 상승할 전망이나 여신쪽에서도 정책금리가
조금이나마 올라 전체적인 대출금리의 상승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종래 중소기업이나 수출기업에 저리 자금을 공급해온 상업어음할인
무역금융등 정책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그리 걱정할게
없다는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책금리의 상승으로 약 8백억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되나 이보다 더 많은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비율이 높은 은행에 대해 한은의 총액
대출한도를 우대해 중소기업자금지원이 위축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선수금 영수한도를 폐지하고 연지급수입기간을 늘린
것도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자금지원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에 한해 시설재도입용 상업차관을 허용하고 내년에 한은보유외화로
중소기업에 25억달러정도의 외화대출을 계속 지원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연말 자금성수기를 앞두고 시중 자금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예상대로 금리가 안정을 보이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초래되지
않기 위해선 실세금리의 하향안정추세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세금리가 안정적일때 자유화시기를 선택해야 그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적다는게 과거 2단계 금리자유화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월말 보다는 월초 자금사정이 좋을때를 선택했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얘기들이다.

한통주 입찰등으로 자금시장이 왜곡돼 "풍요속의 고금리현상"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으나 오히려 연말에 가깝게 돼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부터 외화유입이 봇물터지듯 늘어나게 되면 RP(환매체)규제를
축소하고 통화채를 경쟁입찰에 부치는 간접통화관리방식의 도입도 어려워질
공산도 크다.

이럴 경우 은행들의 수지악화를 초래하고 정부가 금융기관의 금리책정에
직간접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완결단계에 있는 금리자유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선
정부와 금융기관이 이번 조치를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