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승용차 내수시장 2위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년간의 열세를 만회하고 승용차내수시장에서 기아를 제친
대우는 "한때의 자리바꿈에 불과할 것"이라는 기아의 냉소적인 반응을
뒤로 한 채 1년째 ''탈환고지''를 고수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9월 한때 대우를 3,000대차이로 제치고 2위로 복귀한 적은
있으나 10월에는 대우가 다시 3,000대차이로 기아를 앞서 고지를 탈환
하려는 기아와 이를 고수하려는 대우의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튀기고 있다.

양사간의 경쟁은 올해 치러진 영업소 확충, 광고비 증액등의 과감한
마케팅전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대우는 890개였던 영업거점을 현재 940개로 확충했다.

그러나 이들은 빈틈을 갖고 있다. 기아는 노사안정이라는 과제를 남겨
두고 있고 대우는 신차없이 오로지 품질과 서비스 마케팅력에 의존해야
한다.

내년 승용차시장 2위 결정전의 최대 승부처이다.

>>>> 대우자동차 <<<<

올해 대우자동차가 내수 승용차시장에서 강세를 보일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는 92년말 50대50의 합작선이던 미국의 GM과 결별,독립적인
회사경영을 하게 되면서 93년초 대우그룹 임직원들의 출자회사로
판매전담회사인 대우자동차판매(현 우리자동차판매)를 설립,강력한
마케팅활동을 펼쳐왔다.

일단 무이자할부판매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면서 서비스를
혁신한데다 부평공장은 차세대품질운동인 NAC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대우자동차=불량"이라는 인식을 크게 개선했다.

그결과 지난해 대우의 공장품질(대당 결점수 감소율)은 92년보다
50%,시장품질(고객 클레임 감소율)은 40% 각각 감소했으며 판매가
50%가량 늘어났으나 대당 보증수리비는 오히려 50% 줄어들었다.

24시간 정비서비스로 대표되는 애프터서비스 혁신도 대우의 이미지를
크게 바꿔 판매확대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영업소를 고객의 휴식장소로 제공하는등의 획기적인 고객중심의
서비스가 주효했다.

대우는 내년도 승용차 내수판매목표를 40만대로 잡고 있다.

올해보다 10만대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 뚜렷한 신형 승용차를 낼 계획이 없는 만큼 품질과
서비스,마케팅력으로 버텨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 기아자동차 <<<<

기아자동차는 올해 승용차 내수부진이유를 수출중심의 영업전략에 두고
있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의 10월까지 승용차 내수판매는 지난해보다 14.6%가
줄었으나 수출은 무려 36.7%나 증가했다.

대우의 수출이 20.5%나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승용차 내수시장에서 대우에 밀려 3위로 전락했다는데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세피아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면서 미국 유럽에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고 새롭게 개발된 아벨라(수출명 아스파이어)도 포드에 공급하는
물량을 채우기가 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기아의 부진은 생산차질이 가장 큰이유이다.

연초 프라이드의 생산을 아시아에 위탁하면서 생산차질이 발생한데다
7월 한달간의 노사분규로 약2만대의 생산이 차질을 빚어 수출용
차량을 채우다 보니 내수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기아는 내년 승용차 내수목표를 35만대로 잡고 있다.

수출물량도 밀려 있어 내수물량을 더이상 크게 잡기 어렵지만 최근
판매에 들어간 뉴세피아와 내년상반기에 선보일 중형승용차 G카등의
신차효과를 활용,대우와의 경쟁에서 다시 앞설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노사분규이후에도 생산성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이를 개선할수 있는 노사안정책을 마련,내년에는 생산차질 없이
공장을 풀가동할 계획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