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곧 출범하게될 세계무역기구(WTO)는 국경없는 경제 또는 무한경쟁의
본격적인 전개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정부는 김영삼대통령의 세계화전략구상에 맞추어 세계화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같이 대내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내일
설흔한번째 "무역의 날"을 맞는다.

수출립국을 내세운후 64년11월30일 수출 1억달러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수출의 날"이 그동안 수입의 중요성도 강조되기에 이르러
"무역의 날"이 된것이다.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수출의 중요성은 과거 못지 않게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처럼 특혜와 지원을 통해 수출을 량적으로 확대시킬수는
없다.

WTO시대에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또한 국민경제의 발전이 수출의 양적 증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수출진흥을 통해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보다 경제성장의 결과
수출이 늘어날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외국 경쟁기업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우선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부터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규제철폐는 가장 확실한 지원책이다.

이런 지원은 WTO체제에서 아무런 시비의 대상이 안된다.

기업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기업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일이라면 정부가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기업이 자금을 적기에 가장 싼 값으로 조달할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국제경쟁에 그만큼 불리하게될 것은 뻔한 일이다.

정부가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에 간섭한다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묶어
놓고 뛰라는 것과 같다.

바로 이런 것이 세계화를 이야기할때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수출경쟁은 총성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초일유가 아니고서는 살아남을 길은 없다.

수출이 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국제경쟁에 버틸 길은 없다.

우리만이 만들수 있는 상품,남이 따라올수 없는 품질의 상품,남이 만들수
있더라도 우리가 가장 값싸게 만들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내는 기업경영과
수출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업,특히 제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일할 의욕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값비싼 근로자와 인력난과 자금난에
부딪쳐 중장기계획은 생각할 여유도 없는 기업가가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는 역부족이다.

무역의 날에 또하나 생각해야할 점은 수입도 수출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올 수출은 940억달러,수입은 1,000억달러에 이르러 교역 2,000억달러시대
를 맞이할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그런데도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수입을 악으로,외제품을 모두 사치품으로
치부해버리는 잘못된 시각이 있다.

이러한 시각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수입을 지속시키는 노력을 통해
고쳐져야 할것이다.

수출증진과 함께 무역적자의 해소는 어느나라를 불문하고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올 무역적자는 60억달러 수준에 이를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바로 이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역적자의 숫자에 얽매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무역수지 또는 국제수지는 국민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상품의 공급능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다.

공급능력을 확충하려면 산업구조를 조정하는등 중장기적으로 대응해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규모를 축소하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공급능력확충은 뒤로 미루어지고 필요한 수입이
억제돼 그다음 단계의 수입을 오히려 늘어나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는 숫자에 얽매이는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언제나 나타날수 있는
현상이다.

기술개발을 통해 부품과 소재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장기적 과제다.

이와 같은 장기적인 과제를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려는 정책태도로
풀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세계화전략을 구상하는 시점에서 맞는 무역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세계속에서 한국이 제자리를 지키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기업의
국제 경쟁력강화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서비스제공에 있다.

세계 경제전쟁은 치열해졌다.

이 전쟁에 이기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둘때 수출은 그 결과로서
늘어나고 수입은 적정수준에서 조정될수 있다.

무역수지는 숫자놀음이 아닌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