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중 하나라는 일본의 동경에는 남모르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서생원들이다.

눈에 보이지않는 엄청난 쥐들이 최첨단 시설과 기기들을 연결하는
통신라인이 거미줄처럼 처져있는 동경의 하이테크 빌딩들을 위협하고
있다면 아마도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동경에는 에이펙스사 등 빌딩의 쥐들을 전문적으로 잡아주는
회사들이성업중이며 이들 숫자만 해도 1백30여개에 이르고있다.

이 회사들은 쥐덫,미끼,접착롤 등 갖은 방법을 동원,첨단빌딩의
쥐잡이에 나서고있다.

빌딩천정에서 살고있는 쥐들은 자라는 이빨을 깎기위해 되도록 딱딱한
물건을쏠다보니 전선과 케이블을 닥치는대로 공격하고있다.

은행에서는 쥐들이 중요한 선을 잘라버려 현금자동지급기가 고장나기
일쑤이다.

한번은 시내의 한 호텔에서 쥐들이 중앙전력통제선을 갉아끊어 호텔
전체가 암흑으로 돌변하면서 엘리베이터가 서고 수돗물이 끊어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도시들을 괴롭히는 쥐들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하수구를 드나드는 쥐들이고 또하나는 빌딩천정을 본거지로
삼고있는 쥐들이다.

일본의 저명한 쥐생태학자인 가나가와현 보건연구소의 야베 다츠오
박사는 선진국중에서 도시빌딩이 쥐들의 위협을 받고있는 나라는 일본
뿐일 것이라고말하고있다.

이 방면의 전문가들은 도시빌딩에 이처럼 쥐가 들끓고있는 이유는
정부당국의 엄격한 살충제통제와 지진피해방지를 위해 건물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 공간포켓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쥐들의
안식처가 되고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야베 박사의 주장은 다르다.

동경시내는 구획과 도로가 널찔널찔한 다른나라들의 대도시와는 달리
도로가 워낙 협소하고 이면도로들마저 미궁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쥐들의 이동이 쉽기 때문에 쥐들이 번식하기 좋게되어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쥐를 잡아주는 회사인 에이펙스사의 한 전문가는 뭐니뭐니해도
지진피해를 줄이기위한 특수한 건물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건물마다 벽이나 다른 부분에 빈 공간이 많이 있어 쥐들이 들어앉아
살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야베 박사는 최첨단시설이 설치된 이른바 <지능빌딩>들이 언젠가는
쥐들때문에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불과 3년전에
16억1천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지어진 48층의 동경도청건물에도 벌써
쥐떼들이 입주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