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도 조선업계의 수출경기는 청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업계는 올들어 일본조선업체들이 저가수주공세를 펴 선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자제해왔다.

지난해 사상최대치인 9백50만GT의 수주실적을 기록, 2년치 일감을 안정적
으로 확보한 터여서 무리한 수주로 채산성이 낮은 선박수주를 기피한
것이다.

이때문에 올해 세계 신조선시장에서 발주된 물량이 2천2백만GT로 비교적
많은 편이었으나 국내 업체의 수주실적은 5백만GT선으로 평년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국내조선업체의 수주여건이 다소 호전될 전망이다.

우선 95년도 세계 신조선시장의 규모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2천2백만GT이상
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선종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대형 유조선이 34척이나 해체되어 대체수요가 상당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의 회복세에 힘입어 대형벌크선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태평양항로의 물동량 증가로 인한 컨테이너선의 선복확대추세에 놓인점도
호재로 작용되고 있다.

둘째 우리 조선업계와 가장 강력한 경쟁관계에 놓인 일본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무기로한 적극적인 수주전략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업체들이 올해초부터 저가수주전략을 구사했던 것은 수주잔량이
바닥수준이어서 일감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에 비해 10%이상 가격경쟁력이 열세에 놓여
있었음에도 선박기자재의 해외조달, 생산성 향상등을 통한 경쟁력회복을
꾀하면서 저가수주전략에 매달렸다.

그러나 엔고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업체가 저가수주전략을 더이상 구사하기는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되었다.

게다가 일본 대형조선사들이 상반기의 적극적인 수주활동으로 95년도말까지
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여서 채산성낮은 가격에 무리한 수주를 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셋째 국내조선업체의 도크증설로 인한 건조능력 향상으로 94년도 하반기
이후의 수주활동이 적극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8대조선사의 수주잔량은 1천1백만GT선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1년간 건조될 6백만GT가량의 물량과 현재 증설중인 도크가 완공될
경우의 건조능력(연간 8백만GT추정)을 감안한다면 수주물량을 상당히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선관계자들은 내년도 조선수주는 올해 예상되는 5백50만GT보다 50%
가까이 늘어나는 8백30만GT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업체의 덤핑공세로 선가가 떨어진데다 한국업체의 도크증설로
생산설비가 늘어난 점을 감안, 해운사들이 VLCC등 대규모 선박의 발주를
꺼리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급격한 경기호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선의 수출실적은 수주실적과 상당한 시차가 있다.

조선수출 실적은 지난해 사상최대의 수주실적을 보였기 때문에 그로부터
2년간 호조세를 나타내게 된다.

올해 수출실적은 5백만GT(42억달러정도추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5년에는 6백만GT정도의 선박이 건조되어 45억달러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