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 <국세청 부가가치세 과장>

최근 인천시 북구청에 이어 부천시 몇개 구청에서 지방세 업무에 종사
하는 공무원과 등록세 업무에 관여하는 일부 법무사의 등록세 취득세
횡령사건이 연일 보도를 타고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하여 각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원인 분석과 나름대로의
처방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논의는 주로 문제의 중심을 일선의
허술한 지방세 집행현장의 관리체계에만 국한시키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혹시 이와 같은 비리의 유혹이 지방세 세제자체에 내재되어
있지는 않은지 이 기회에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현행 지방세법에 의하면 동록세와 취득세의 과세기준은 취득당시의
가액(이는 대부분 계약서상의 금액이 될 것임)을 원칙으로 하되,다만
이 가액이 취득 당시의 내무부 과세싯가표준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가세싯가표준액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내무부 과세싯가표준액이 등록세 취득세 과세표준의 최저한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90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마련하여 검인계약서제도를
법제화하자 각 시.도는 검인계약서상의 금액을 기준으로 일정률을 경감
(94년에는 30% 경감)하여 등록세와 취득세를 과세하도록 "검인계약서
불균일과세 조례"를 제정.운용함으로써 검인계약서 제도와 이들 세금의
과세표준을 연계해 놓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취득세.등록세 과세표준의 최저한은 법규상 당연히
과세싯가 표준액이 된다.

즉 납세자가 이들 세금을 내지 않거나 과세싯가표준액보다 낮게 신고할
경우 각 시.도가 납세자에게 청구할수 있는 조세채권의 최대금액은
과세싯가표준액이 되는 것이다.

이상의 규정에 따르면 납세자는 검인계약서상의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자진납세하든지,아니면 자납도 하지않고 무납부상태로 있다가 지방세
당국으로부터 과세싯가표준액을 기준으로 고지받아 납부하면 훨씬 적은
세금을 내고도 납세의무는 종결될수 있게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검인계약서상의 금액이 문제인데 이 금액은 실제
거래가액대로 기재하리라고 당국은 기대하겠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실제대로 기재하는 사람은 거의없는 실정이다.

얼마를 기재해야 하는가는 전적으로 계약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르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때문에 법무사 사무실에서는 통상 개별공시지가
(지방세법상 근거없음)를 기준으로 하여 검인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등록세와 취득세를 내도록 관행화되어 있는 것같다.

이상의 제도 내용을 잘아는 종사직원 또는 법무사라면 검인계약서에
기재하는 금액을 굳이 실거래가액대로 한다든가,개별공시지가대로
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즉 이보다 낮은 금액을 기재하더라도 현행 법령상 하등의 문제가
되지않는다.

심지어 과세싯가표준액 보다 낮추어 기재하여 신고하더라도 정부는
과세싯가표준액으로 과세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똑같은 가액의 부동산을 취득하는데 검인계약서상에
기재하는 금액여하에 따라서 등록세 취득세의 과세표준이 높을수도 있고
낮을수도 있으며 따라서 이에따른 세금액수(통상 등록세 3%,취득세 2%
비례세율로 계산함)가 많아질수도 있고 적어질수도 있게되는 것이다.

제도가 이러하니 이들 세금관련 종사자들은 가능한한 높은 기준으로
계산하여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받은후 위조영수증을 교부해 주고
지방금고에는 법령상 내야하는 최저한의 세금만 넣게되면 그 차액을
횡령해도 되겠다는 유혹을 느끼지 않을수 없게될 것이다.

요컨대 동일한 부동산에 대한 과세기준이 제도상 여러개 있을수 있다는
것은 공평과세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뿐만 아니라 이 허점을 악용할수
있는 비리가 자리잡을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라 아니할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투기 규제수단의 일환으로 검인계약서 제도를 거론을
하다가 급기야 부동산등기특조법에 법제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도는 제도운용의 실효성을 확보할수가 없기 때문에 투기규제에
전혀 기여한 바도 없고 기여할수가 없음을 우리는 이미 알게 되었다.

오히려 전국민을 부정직한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뿐만 아니라 정직한
신고자가 세금상 불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므로 이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검인계약서 제도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이에 앞서 지방세 당국이 취득세
등록세 과세표준과 검인게약서 제도를 연계하지 않는 방향으로 현행
관련제도의 개선을 재검토해보는 방안도 있을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국세와는 달리 단순한 대장과세라고 할수 있는 지방세에
있어서는 어느 기준으로 하든지 과세표준이 당사자나 종사직원에
따라 달라지지 아니하도록 객관적이고 통일적인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현행 과세싯가표준액을 점차 상향 조정한다는 전제위에서
과세싯가표준액으로 일원화하는 방안등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세 제도 자체를 투명하게 하고나서 그 다음에 일선 집행창구의
내부통제장치가 잘 가동되도록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이 이번 지방세
비리를 바로잡는 일의 순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