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2일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가 충돌위기에
직면해있다.

"열차싸움(마주달리는 기차에서 충돌직전 먼저 뛰어내리는 측이 패배하는
게임)"을 방불케한다.

여.야 어느 측도 먼저 뛰어내릴 기색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새해 예산안을 법정기한인 2일중 처리하겠다는 민자당은 입장은
단호하다.

이한동민자당총무는 1일 "법정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할 상황변화가
없다"며 2일 방망이를 두드릴 것임을 강조했다.

당내 한때 나돌던 "민주당의 반응을 보아가며 예산안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온건론도 목소리를 감추었다.

지난30일 김영삼대통령이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를 강조한 후
나타난 현상이다.

12.12군사반란자 기소를 촉구하며 등원을 거부하고있는 민주당도
등원거부.장외투쟁 지속 주장을 철회할 움직임은 없다.

이기택대표를 중심으로한 장외투쟁노선은 특히 김대통령의 발언이후
더욱 강경해지고있다.

이대표는 "예산안 단독 처리는 세금도둑질에 이은 예산도둑질과 같다"며
"단독처리를 방관할 지언정 등원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대표는 지금 등원하게 되면 "12.12"투쟁이 물거품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눈치이다.

이는 그가 내심 기도했던 당내입지 강화노력이 물거품화 될 것을 의미,
강경노선을 포기할수 없도록 작용하고있다.

특히 그간 등원,원내외 병행투쟁을 주장해왔던 민주당내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도 당분간 이대표의 투쟁노선을 묵인할 움직임이다.

아.태재단(이사장 김대중)이 주최한 아태민주지도자 회의에 "먹칠"할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는 1일 열린 민주당 최고회의에 반영돼 강경대처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같은 표면적인 열차싸움에도 불구하고 여야 양측은 모두 내부적으로는
말못할 고민으로 끙끙 앓고있다.

정국을 무리 없이 이끌어가야할 책임을 짊어진 민자당은 예산안을
단독처리할 경우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받을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도 예산안을 단독처리하면 문민정부 출범이후 두번의
예산안을 모두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불명예"를 감수해야한다.

당내 민주계 일부에서 제기됐던 "민주당 등원을 기다리자"는 주장도
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고민은 "12.12"라는 명분에 휩쓸려 민생현안을 등한시할수
있느냐는데 있다.

예산안에 포함된 추곡수매가나 WTO가입비준안등은 모두 민주당이 그간
목소리를 높혀왔던 정략 현안이었다.

김영진 김인곤등 농촌출신의원 20명이 1일 긴급회동,신기하총무에게
예산안 단독처리 저지대책 마련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표의 고민은 다른데 있다.

그의 한 측근의원은 "이대표가 12.12투쟁에 언제까지 당내 의원들의
지지를 받게될지 알수없다는 부담을 안고있다"고 말한다.

이 측근은 "그간 이대표는 "민자당이 예산안 처리를 다음주로 미루고
민주당은 3일 부천집회를 끝으로 등원한다"는 안을 가지고 여야물밑
접촉을 시도하도록했다"고 귀뜸했다.

김대통령의 법정시한내 처리 발언으로 이대표의 "명예로운" 등원이
허사가 됐다는 설명이다.

내부 고민이야 어떻든 2일 예산안 처리는 민자당의 "법대로 하겠다"는
주장과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밀고나가겠다"는 외침이 충돌,일단
강행처리 쪽으로 기울었다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강행처리에 따른 양측의 이해득실 계산결과에 따라
이날 늦게라도 여야가 무릅를 맞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있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