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기택 대표가 2일 새벽 그간의 강경 장외투쟁 노선에서 선회,
''다음주 초 등원하겠다고''고 밝혀 여야 대치국면에 다소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아직 이대표의 등원 의사표시에 대한 민자당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발언으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협상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분명해 졌다.

이대표의 ''항복선언'' 당내 역학 관계로 볼때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대표는 최근 12.12투쟁을 선도해오면서 수많은 당내
등원론에 부딪혀 고민에 빠졌었다.

이대표가 ''백기''를 든 기본이유가 어떻든 이번 항복으로 이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한계를 극명하게 느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의 ''탈 DJ(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 몸부림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김영삼 대통령의 강공에 또다시
말려들게 됨으로써 앞으로 대여 관계에 있어서도 수세에 몰리게 됐다.

정가에서는 이대표의 발언이 일단 얼어붙은 정국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데
큰 의의를 달지 않는다.

그간의 국회공전에 대해 여야 모두가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에 결국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국을 무리없이 이끌어 가야할 책임을 짊어진 민자당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민주당도 곁으로는 강경투쟁을 주장해왔지만 속으로는 내심 국회 등원을
원했었다. 12.12군사반란자 기소라는 명분으로 민생현안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여야는 2일 총무 접촉을 통해 ''민주당은 다음주 초 등원을 하고
민자당은 예산안 처리를 미루어 여야가 예산안 심의를 다시 할 것''이라는게
긍정론자들의 관측이다. 이럴 경우 여야는 약10여일간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표의 등원발언이 정국경색을 푸는데 별 도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민자당의원들은 ''민주당이 할 일이라고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몸으로
막는 길 뿐''이라며 또 다른 정국경색을 우혀하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이
대표의 등원발언을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를 막기위한 명분축척용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또한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처리 및 WTO가입 준비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실패로 돌아간 12.12투쟁''을 만회하기위해 강경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여
여야의 몸싸움도 예상된다.

민주당의 12.12관련자 기소 촉구 투쟁으로 파행운영 됐던 국회는 민자당이
이대표의 ''항복선언''을 일축하지 않는 한 다음주 정상회될 것으로 보인다.

<한우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