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신의 명령을 받고 프로메테우스는 사람과 짐승을 만들어 냈다.

짐승의 수가 훨씬 더 많은것을 보고 제우스는 짐승의 일부를 다시
사람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당초 인간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부류는 비록 인간형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짐승의 마음을 지니고 있게 됐다.

전설적인 이야기꾼 이솝은 세상에 짐승같은 사람들이 있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우화이기는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짐승같은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그럴듯한 이야기같이 들린다.

쥐처럼 몰래 세금을 갉아먹어 치운 소위"세도"역시 그런 부류에
속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도의 수법은 아주 흡사했다.

세정이 문란해서 최악의 사태를 빚고 있던 조선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당시 세도들의 악랄한 수법을 "목민심서"에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나주에는 소출이 적은 논(하하전)이 2만결, 조금 나은 논(하중전)이
1만결이었던데 통틀어 쌀6두씩 18만두를 서둬 들이고 호조에는 "하하전
에서는 4두, 하중전에서는 6두씩 거두어 모두 14만두"라고 보고한다.

22%인 4만두의 쌀이 증발해 버린 꼴이다.

또 밭의 전세는 법제상 콩으로 받게 돼 있지만 쌀로 환산해 낼때는
절반만 받아야 하는데도 모두 받아 반을 챙겼다.

추수직전에 작황을 살펴 과세하기 위해 아전이 들판을 순행한다.

이때 부유한 자는 아전에게 7~9냥을 뇌물로 주면서 부탁하면 "풍작"
인데도 "흉작"으로 둔갑했다.

토지장부에는 실제로는 없는 가공인물인 "조유선생"들이 즐비했다.

다산은 이런 상황에서 세를 거둬 들이는 것을,배에서 칼을 물속에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뱃전에 표시해 두었다가 배가 정박한 후 그
표시한 자리에서 칼을 찾는 격인 "각주구검"이라고 한탄한다.

한편 다산은 "간리론"에서 세도가 생기게 되는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세법"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세리는 한자리에 오래 있어 자기편이 많은데 상관이 자주 바뀌어
외롭고 어둡거나 부정을 저질러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 고발하지 않으면
생겨나게 된다면서 세리는 1~2년에 한번씩 바꾸지 않을수 없다고
못박았다.

전국적인 도세사실이 속속 들어나자 뒤늦게 "고무줄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느니 "내부고발자보호법"을 만들자느니 사조직을 없애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들이 무성하다.

다산이 살아있다면 하늘을 처다보며 갓끈이 떨어지도록 한바탕 크게
웃을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