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5일 사업구조조정발표는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이다.

정부와의 의견조율을 통해 경제력집중완화 의지를 외부에 내보이기 위한
것으로 볼수있다.

홍재형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지난3일 "삼성이 승용차사업진출을
위해서는 보다 가시적이고 획기적인 소유집중완화 조치를 취해야할 것"
이라고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도 "계열분리는 법적으로 오랜시간이 걸리나 그룹이 분리대상
업체의 지분을 조기에 매각하는등의 조치를 통해 소유집중완화의지를 내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날 발표에서 중앙일보에 대한 대주주및 그룹보유지분(72%)
해소외에도 1,2차 사업구조조정때 계열분리키로 한 신세계백화점 제일제당의
완전한 법적분리를 위해 신세계 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지분을 조기매각토록 유도키로 했다.

전산 교육 인사등에 대한 그룹의 경영지원을 즉각 중단하는 한편 제일제당
과 중앙일보에 파견된 경영진도 조기철수키로 했다.

중앙일보의 조기분리를 위해서는 중앙일보가 보유하고 있는 연포레저와
운현궁부지를 95년중 매각, 재정자립자금으로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

삼성은 또 제일합섬에 대한 그룹의 보유지분율 12%를 95년6월까지 완전
해소키로 했으며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의 합병계획을 취소하고 95년중
종업원지주회사로 그룹에서 분리키로 했다.

서현역사는 사무실로만 활용하고 판매시설은 3자에게 매각하거나 임대할
계획이며 2000년께 도곡동 제2본사사옥이 완공되면 완전 매각처분할 방침
이다.

호텔신라는 합작선과 협의를 거쳐 계열분리를 위한 추가조치를 취할 계획
이다.

그룹측은 이번 발표가 "그동안의 사업구조조정내용에 미진한 점이 있다는
그룹내부의 지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결정했으며 사업구조를 완벽하게
이루겠다는 의지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사업구조조정 내용이 지난10월27일의 그것과
별차이가 없고 부분적으로는 당초계획이 변경되기도 했으며 호텔신라등의
분리계획은 합작선과의 사전협의 없이 발표된 것이어서 급조된 것이 아니냐
는 시각도 없지 않다.

조기분리키로 한 제일합섬과 제일제당에는 이미 이건희회장이나 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별로 없다.

합섬의 경우 현재 이건희회장의 지분 0.88%를 포함, 삼성쪽의 지분이
12%이다.

제당도 이미 계열분리가 발표된데다 이회장이 4.9%, 삼성복지재단이 1.8%의
지분만 갖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삼성측의 지분정리는 쉽게 처리될수 있는 부분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현재 닛쇼이와이 오쿠라호텔등 일본 6개기업과의 합작
기업이나 "합작선과의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그룹관계자가 밝혀 조기에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이 그동안 삼성석유화학을 분리, 새한미디어계열로 편입시키기 위해
2년간 합작선인 미국의 아모코사와 협상을 벌였으나 아모코의 반대로 취소
됐으며 오히려 아모코측이 50% 지분만큼의 경영권행사를 요구, 애를 먹고
있는 것과 떨어뜨려 생각할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은 특히 이날 지난5월 매입한 분당 서현역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으나
"이것이 유통사업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중인 구화신백화점자리의 백화점사업등 물산의 유통사업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더욱이 신세계를 계열분리키로 한지 3년이나 지났으나 이번 발표에서도
법적분리의 정확한 시점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신세계측은 삼성이 같고 있는 신세계의 지분정리는 이미 끝난 상태이며
"여신관리등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하루빨리 법적분리를 원하나 삼성생명
등 비공개기업에 대한 지분정리가 않돼 애를 먹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생명의 공개및 자산재평가등에
대해 차차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측은 1개월만의 또한차례 사업구조조정 발표가 "앞으로 승용차사업을
비롯한 전자 기계 화학 금융보험등 4개 소그룹에 그룹의 총력을 기울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