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으로 내년경제운영계획수립이 늦어지고 일부 정부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돼 정책공백의 최소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년경제운영계획수립에 박차를 가하던 경제기획원은 조직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쳐 후속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예년쯤이면 이달 중순이나 하순께 내년경제운영계획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올해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조직개편후속작업에 여념이 없는데다 조각에 가까운 개각으로 새장관
이 들어설 경우 기왕에 생각했던 경제운영방향에 덧칠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다.

게다가 새해 경제운영계획의 주요 골자의 하나가 될 세계화구상의 반영도
조직개편바람으로 구체화작업이 더뎌 이래저래 경제운영계획수립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경제기획원은 예년의 작업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경제운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최종찬경제기획국장중심으로 각국과 토론을 벌여가며 일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안병우차관보는 "실무진에서는 정부조직개편과 관계없이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작업을 끝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정재석전부총리가 12월21일 이경식전부총리를 이어
새경제팀의 수장이 되면서 그즈음에 발표됐어야 할 올해 경제운영계획이
올초로 늦어졌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였다.

이번에는 조직개편에다 조각에 버금가는 개각까지 겹치게 돼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조직개편에 따른 예산의 손질도 불가피하다.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이 정부로 이송돼 오면 이에 맞춰 내년 예산배정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번에는 조직개편이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각부처의 통폐합및 확대에 따른 부처별 예산의 조정작업을 해야만 한다.

경제기획원예산총괄과의 이수원서기관은 "조직개편이 있더라도 국회동의
절차없이 예산을 조정할수 있다"며 "일이 많아졌을뿐 새조직에 맞는 예산
배정작업은 연말안에 끝낼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배정작업이 제대로 끝나더라도 새부처탄생으로 전반적인 업무를
재조정해야 하는 만큼뒷처리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일부 사업
집행이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에따라 정책공백의 최소화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조직개편후속작업에 휘말려 있어 정부정책에 맞춰
추진하려던 사업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민행정업무의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조직개편은 중앙부처에 그치지 않고 일부 외청의 과다한 지방청및
지방사무소의 통폐합 또는 축소, 산하단체의 정비등으로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돼있다.

황영하총무처장관은 이를 의식,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대민업무에 차질이
없다록 각부처에 지시했으나 조직개편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관가가 이를
제내로 해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