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규 <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모색은 기존의 인식 개념 이론 제도등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뜻한다.

새로운 패러다임모색이 절실한 배경은 우선 중소기업의 위기적 위상변화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후발개도국의 추격과 선진국 신흥공업국들과의 경쟁,
그리고 지방화 남북통일및 세계화 차원의 역할모색에서 비롯된다.

다음으로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당위론적수준에 그쳤을 뿐
행동과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 왔다는 점이다.

신규 노동공급시장의 현저한 대기업선호형태는 중소기업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던 인식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인식도 중소기업관련제도의 변화
공기업민영화 사회간접자본 민자유치정책으로 구체화될때의 행동과는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배경의 하나는 과거 학습과정과 경험에 의하여 굳어진 기존
인식의 막강한 힘때문이다.

"중소기업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중소기업은 항상 애로를
호소하며 중소기업의 상투적 고전적 행태다" "대기업위주의 불균형성장
전략이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등 이러한 기존인식은 오늘과 내일의
중소기업정책과 전략에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
의 변화로 중소기업 본질의 강점을 새롭게 학습 경험할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금 중소기업에 대한 지배적 인식은 "중소기업도 이제는 정부의존적
보호로부터 벗어나 홀로서야 하며 중소기업정책도 보호와 지원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율과 경쟁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경쟁체제에서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하여 중소기업인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경쟁력없는 중소기업은 도태되어야 하며 국제화 세계화에 적응할수 있는
유망한 중소기업에 정부지원은 집중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자유경쟁을 전제로하는 논리와 명분앞에 중소기업에 관한 보호론적 인식은
반경쟁적 사고로 취급되어 버리는 것이 오늘의 중소기업문제인식이다.

물론 경쟁적환경에서 중소기업의 위력은 대기업보다 강하다.

OECD 국가들의 과거 20여년간 획기적기술혁신성과를 분석해 볼때 약 절반이
중소기업과 개인의 기여라는 사실이 실증되었으며 반도체 컴퓨터산업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것은 대부분 중소규모의 형태이다.

이러한 존립형태의 중소기업은 자유경쟁체제일수록 더욱 막강한 저력을
발휘할수 있다.

이것이 중소기업본질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기업들 보다 이루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존립조건과 형태를 가지고 적정규모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중소
기업이 더 많다.

중소제조업체수의 57.2%가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과 도급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과의 도급관계는 전속적이며 배타적관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질다원적인 이들 중소기업의 존립에
자유경쟁논리확대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대기업과의 이중적 격차구조가 80년대 중반이후 심화경향을 보여
왔다는 사실로 볼때 자유경쟁 논리만이 한국경제의 효율성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약화, 존립기반약화는 경제의 이중
구조를 더욱 심화시켜 한국경제의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말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튼튼한 산업뿌리로, 경제의 경쟁력원천으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경쟁 틀의 확립을 바탕으로 이질다원성에 부응하는
적정한 자유경쟁촉진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선진국 경쟁정책의 핵심이 경쟁의욕을 조장하면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에 있어서 경쟁정책의 기본은 중소기업이 경쟁원천이 돼 경제의
동태적효율성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수 있도록 하는데 두어야
한다.

둘째로 중소기업정책은 여러 하부시스템의 통합과 다원적 스펙트럼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지금은 중소기업정책과 수단이 보호지원중심의 복잡한 체계에서 통폐합
이라는 알기쉽고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중소기업정책의 스펙트럼과 최근의 중소기업위상변화가 내포하는
위기적 증세들을 고려한다면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해야겠다는
정책방향이 가져올 장기적 파급효과를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정책은 다음과 같은 하부시스템의 통합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다원적 스펙트럼을 지향해야 한다.

하부시스템은 설비 기계 공장관련 물리적시스템, 기술지식관련 정보
시스템, 인적자본시스템, 도로 항만 통신, 과학기술집적관련 하부구조
시스템, 재정 금융세제관련, 조직 제도시스템, 그리고 문화시스템을 말한다.

셋째 중소기업이 스스로를 이질다원적 다수의 활력소로서 한국경제의
동태적효율성을 뒷받침하는 경쟁원천으로 인식한다면 정책기본방향은 말할
것도 없고 주요시책방향 시책수단 그리고 개별 중소기업의 전략에 있어
동태적학습과정이라는 인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정책의 전개과정을 보면 수명주기가 너무 짧고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발견할수 있으며 용어의 변화를 지향해온 동어반복적 정책선택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개별중소기업의 경영애로도 자금부족 인력부족 시설노후화 기술정보부족등
30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순서조차 변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들 요인도 개별중소기업에 있어서 문제요인이라는 인식으로부터 특성
요인이라는 적극적 인식으로 바뀌고 혁신을 향한 새로운 발상으로 엮어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