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선진국을 향한 세계화의 필요조건이다.

정부가 그동안 강력 추진해온 규제완화도 따지고 보면 그것과 맞물려야
하는 정부 조직.기구의 축소 단순화 없이는 유명무실해질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조치에 이론이 있을수 없고 대다수 국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개편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에 따라 생기는 "잉여공무원" 처리문제도 그중의 하나다.

개편으로 보직을 잃게 될 공무원은 중앙부처에서만 800~1,000명으로 예상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

개편은 지방에도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공직사회에는 자기가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로 전락하는
감원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불안과 동요를 보이고 있어 업무
처리가 사실상 공백상태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직사회의 불안과 동요를 진정시킬만한 대안이 개편안
발표이후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개편이 몰고올 후유증을 너무
가볍게 본것밖에 안된다.

공직사회의 불안.동요가 심각함을 보이자 "잉여인력"처리를 둘러싸고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겠다는 총리의 다짐을 비롯하여
정부기능을 이관받는 민간기구 또는 관변 연구기관, 정부 출자.출연 기구
에의 배치, 국내외 연수파견 인원의 확대, 개편으로 권한이 커지고 업무가
많아지는 부서 내지 지방의 필요한 부서들에의 흡수활용 등이 그런 것들
이다.

그런데 이런 대안들은 설득력이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민간기구 또는 지방관청에
중앙정부의 비효율과 낭비를 떠넘기는 일이 되는 것일 뿐더러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이용하여 불필요 인원을 감축시키지 못하도록 성역화하는 것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전문가들이 보고 있는 것처럼 개편으로 보직을 잃게 될
모든 잉여인력에 불이익과 희생을 강요함이 없이 원만한 사후수습을 기대할
수 있는 전망은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5공치하 81년의 행정개혁 때처럼 정년에 가깝다, 먹고살 재산이
있다는 등의 능력외 이유로 불명예 퇴직을 강요하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된다.

아무튼 선진화를 위해서는 민간에 앞선 공직사회의 고통분담과 자기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공무원들 마음에 자리잡아야 정부조직 개편은
성공하며 이점을 설득함으로써 공직사회의 동요를 하루속히 진정시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