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시간대에 한강다리를 통과하는 2인이하탑승 승용차에 대해 1,000원의
"혼잡교통료"를 물리겠다는 민자당의 방침은 모든 승용차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민자당은 "대도시 교통종합대책"의 하나로 확정한 이같은 혼잡교통료
신설안을 당정협의와 청와대보고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시민단체들의 저항에 부딪치는등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통행료 징수안은 사실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3월 교통부가 남산1,3호 터널에 대해 도심통행료를 징수하자는
주장을 내놓았었고 그후 서울시가 지난6월 이 문제를 공청회에 부쳤으나
각계의 반대가 심해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어 왔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1,3호 터널도 아닌 "모든 한강다리"를 대상으로
한 통행료징수안이 민자당에 의해 기습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우리는 수도권 교통문제가 더이상 도로확충만으로 해결될수 없음을 인정
하면서도 통행료징수와 같은 임기응변식 대책만으로는 사태를 더욱 악화
시키게 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수 없다.

도로.교량등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기본적으로 해결해야할 사회간접시설
이며, 특히 한강다리의 경우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만큼 통행료를
물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부당국이 직무를 유기하는 셈이다.

또 우리나라 자가용구입자들의 성향으로 볼때 1,000원을 물린다고 해서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지도 의문이다.

설령 자가용통행이 줄어든다 해도 그것은 차량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등
중하위층의 발만 묶는 결과가 될것이다.

이밖에 징수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이고 징수방법, 징수시간대 등을
정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워에만 징수토록 한다지만 요즘의 교통체증은 시도 때도 없다는
것쯤은 상식이 된지 오래다.

징수방법에 있어서도 자동납부 스티커 등을 이용하겠다고 하지만 징수원
없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터널입구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의 지체현상이 모든 한강다리에서 그대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교통대책은 정부여당의 차원이 아니라 그 타당성에 대한 범국민적 차원의
논의가 우선돼야 실효를 거둘수 있다.

특히 통행료부과는 준조세성격이 강한만큼 시민들의 공감대형성이 필수적
이다.

골치아픈 사안은 기습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무리 관행화돼 있다 해도
통행료부과는 정부여당이 연말의 어수선한 틈을 타 독단적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선책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