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이란 어떤 회사인가란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인재육성 정보수집 성장전략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 좋은 회사를
가려내게 되지만 어느항목이 더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일반원칙도 없기
때문이다.

미.일 두나라의 유명한 경영상인 말콤 볼드리지상(MB상)과 데밍상의 심사
항목을 보면 그차이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미국기준으로 기업을 진단한 결과, 일본기업의 경영은
평균점이하란 평가가 나와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의 사회경제생산성본부가 실시한 앙케이트에서 미국 MB상의 평가기준
으로 일본기업들에게 자기진단을 시켜본 결과, 대부분이 최저점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앙케이트에 응한 2백14개회사의 평균점이 4백73점(1천점만점)으로 보통
우량기업으로 보는 5백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MB상을 수상하기 위한 최저조건인 6백점이상으로 스스로를 평가한 기업은
전체의 16%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기업은 특히 "전략적 품질계획" "품질과 업무운용의 결과"에서 좋은
점수가 나왔지만 "인재개발매니지먼트" "고객중시와 고객만족" "리더십"
등에서는 아주 낮은 평가가 내려졌다.

이같은 결과는 어디에서 유래할까.

일본 데밍상시상위원회가 작성한 심사항목과 MB상의 그것을 비교해 보면
데밍상에는 "고객만족"이란 항목이 아예 빠져 있다.

"리더십"이란 항목도 데밍상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다루지 않는다.

크게 보면 일본기업은 데밍상에서 중시하는 분야에 강하고 반대로 데밍상
에서 빠져있는 항목에는 약하다.

일본기업들이 데밍상이란 시험에만 각별한 신경을 써서 준비해 왔고
시험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소홀히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두개의 경영상에서 가장 큰 차이는 고객중시와 고객만족이란 부분이다.

MB상은 1천점만점에서 3백점이나 이항목에 배점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배점높은 항목으로 분류한 것만이 아니라 MB상은 다른 항목
에서도 고객만족의 정신이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인재개발이란 항목은 두경영상이 모두 체크하는 부분이다.

일본기업에서도 물론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귀사에서는 고객만족도를 향상
시킬 목적으로 현장이나 담당자가 상사에 묻지않고 혼자 판단하는 제도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데밍상의 인재개발항목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앙케이트에서도 있다(14.8%)는 대답이 없다(83.7%)보다 훨씬 적게
나타났다.

일본기업들은 품질향상운동을 특기로 하고 있지만 "손님의 만족을 상품
설계단계에서 반영시키는 틀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이
35.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한 경영컨설턴트는 일본기업들이 아직까지 고객이란 개념을
영업사원수준에서 염두에 두고 전사적인 과제로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풀이한다.

데밍상은 공장등 현장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MB상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전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앙케이트결과에 크게 실망한 일본에서는 일본판 MB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 박재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