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시장진입 퇴출은 완전히 자유화되는 것인가.

정부가 삼성그룹에 대한 승용차사업 진출 허용조치를 계기로 "과잉중복
투자나 산업합리화등을 이유로 한 시장참입제한 조치를 일체 풀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자유화의 폭과 이행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이번에 나온 당국자의 어구만 보면 ''완전자유화''로 해석할만도 하다.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은 "럭키금성이 일본에서 승용차기술을 그대로
들여와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할수는 없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기술개발 지역균형개발 환경보호의 세가지 잣대는 최소한이나마 정부가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

문제는 바로 이 세가지 ''잣대''다.

휘두르기에 따라 모든 분야를 간섭할 수도 있는 탓이다.

업계가 보다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예컨대 관련법령을 고친다든지 제한근거와 범위를 명문화하라는 요구다.

현재 상공자원부가 산업정책에 개입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법으로 정해진 것도 있지만 근거도 없이 행정지도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있다.

기술도입신고서 수리를 이유로 사실상 ''허가''나 ''금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은행에 투자자금을 요구하면 상공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주도록해 진입을 막고 있다.

쓰러져가는 기업을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살려 퇴출에도 개입한다.

이번에 몇가지는 정리됐다.

<>기술도입신고서수리 <>합리화지정 <>행정지도는 앞으론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형항공기 같은 국책사업은 아무나 하게 놔둘수 없다는게 확고한
입장이다.

정보통신사업 같은 국가기간산업엔 앞으로 한동안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입을 제한한다는 원칙에 전혀 변함이 없다.

''시장실패''가 명백히 우려되는 분야에서 만큼은 정부의 ''일정한 역할론''
을 완전 포기할수 없으며 사안에 따라 자유화폭이나 시기를 단계적으로
조절해 나갈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 분야의 경우도 현재와 같은 법규나 지침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적어도 외견상으론 정부산업정책의 골간을 이루는 ''진입/퇴출 개입''이
사라져 가게 될 건 분명해졌다.

이번 발언이 삼성에 승용차를 허용하기 위한 명분론이상의 가치를
가지려면 결국 ''겉''과 ''속''이 일치되게 후속조치를 보다 명확히 하는수밖에
없다.

어떤 산업의 무슨 규제를 언제부터 풀지 일정과 범위를 신속히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수정 산업정책"에 따라 주목되는 자유화대상 업종은 이미 삼성의
신규진출로 물꼬가 터진 자동차산업 이외에 석유화학 정유 항공 철강 발전
설비 통신설비등이다.

상공자원부는 이와 관련, 국책산업으로 지정된 중형항공기 개발및 통신
설비산업 정도를 빼고는 "단계적으로" 자유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
이다.

이를 위해 현행 법령이나 투자지침 산업합리화등 관련업종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각종 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상공자원부는 우선 <>내년초 석유사업법을 개정, 석유정제(정유)업 허가제
를 신고제로 바꾸는등 진입제한을 완전 철폐하고 <>공정거래법상의 합리화
조치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발전설비 일원화조치를 늦어도 96년부터는
해제, 업계의 시장참여를 자유화한다는 방침아래 준비를 서둘고 있다.

또 법적 근거가 없는 "투자지도방안"에 의해 신.증설을 억제해 온 기초
유분 합섬원료 합성수지등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투자제한조치도 당초 시한
으로 정한 내년말보다 다소 앞당겨 내년상반기중 단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상공자원부는 중형항공기와 통신설비등 국책프로젝트및 국가기간
산업분야는 물론 철강과 NCC(나프타분해시설)등 일부 석유화학부문에 대해선
사안에 따른 투자제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산업분야를 단순한 시장경쟁논리에만 맡겨둘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환경공해 유발의 소지가 있는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산업의 경우
상공자원부가 "최소한의 시장개입 근거"로 제시한 <>기술개발 <>환경보호
<>지역균형개발등 3가지 잣대가운데 환경보호 기준과 상충돼 허가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또 NCC등 일부 기초유분의 경우는 자율시장 경쟁논리로만 따지면 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없지만 적정투자 규모를 넘어설 경우 "시장실패"가 명백히
우려되는데도 방관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논리다.

따라서 이들 부분에 대해선 정부의 "일정한 역할론"을 완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사안에 따라 자유화폭이나 시기를 단계적으로 조절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 분야의 경우도 현재와 같은 법규나 지침에 의존하지는 않겠다
는 입장은 분명하다.

적어도 외견상으론 정부 산업정책의 골간을 이루는 "진입.퇴출 개입"이
사라져가게 될 건 분명해졌다.

상공자원부는 그러나 급격한 시장진입 자유화조치로 기업들의 신규업종진출
및 증설투자가 봇물터지듯 이뤄질 경우를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는 기계공업진흥회 석유화학협회 철강협회등 업종단체 주도에 의해
업계내 자율조정에 맡길 수 밖에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조절이
이뤄지겠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