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물가와 금리라는 두 토끼가 경제부총리실에서 만났다.

물가는 상품값이고 금리는 돈을 빌려쓰는 돈 값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물가와 금리는 서루 너 때문에 내가 올라가고 내가
올라가면 국민들은 나를 욕한다고 탓하고 비난하는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서로간의 의견을 경제부총리는 잠자코 보고만 있었다.

설전의 내용을 보면 물가측면에서는 물가가 올라가는 이유중에 하나가
금리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선진국 금리 수준은 6%수준인데 우리의 금리수준은 배도 더 되고
결과적으로는 제조업 생산원가 중에서 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이
2.1%수준(매출액 대비 금융비용:일본 2.0%,대만 2.3%)인데 비해서
우리는 16.5%이나 되어 원가승상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예를 보아도 모든 문제는 금리때문이라는 이유가 명확하다는
논리이다.

이런 물가의 주장에 대해서 금리가 버럭 화를 내었다.

내가 올라가는 것은 나를 비싸게 주고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도성장기에는 항상 돈을 쓰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비해서 공급하는 사람은 적지 않느냐하고 반문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자본축적이 많으면 수급이 안정되고 금리가
내려가게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지 않느냐.이러한 제반문제들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인데 왜 나를 욕하느냐,물가 네가 높은데
금리 내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저축을 더 적게하게 되고 자금공급은
더욱 부족하게 되어서 결국 금리는 더 올라가게 된다.

따지고 보면 금리 내가 높은것은 물가 네 탓이라 생각한다.

그러자 물가가 반문하기를 자본시장개방,외환자유화 조치등으로
해외에서 많은 돈이 들어 오고 들어 올수도 있는데 국내 자본축적만을
들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것은 정작 돈을 가장 많이 필요로하는 기업인에게
현금차관을 막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시설재 현금차관이라도 열어 달라고
주장하여 왔다.

이번 외환자유화 조치에서 95년도부터 기업에 상업차관을 허용하면서
중소기업의 시설재도입시 현금차관(주요업종으로는 사회간접자본,외국인투자
기업중 고도사업영위분양,첨단기술관련분야)은 허용하게 되었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국제금리가 배나 상승한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신용도로 보아서 해외에
나가서 현금차관을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행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해주고 있는
산업은해의 차관금리가 대기업보다 높은점을 감안해서 정부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부총리가 비로서 말문을 열었다.

기업에게 시설재 현금차관을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금리인하에는
효과적인 방법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자본시장에 다른 경로로 들어 오는 돈 만으로도 통화관리가
어려워 물가를 안정시키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상업차관 중 시설분야에
대한 현금차관 추가허용만으로도 정부의 물가관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그점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의 말에 수긍이 간다.

금년 11월말까지 소비자 물가가 5.5%올랐다.

금년의 고도성장 즉,94년 8%성장예측이 내년까지 같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국제원자제값 상승,농업부문,사회간접자본에의 중점투자등으로
내년도에도 물가 상승요인이 내재되어 있어 내년도 경제정책에서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가 놓아져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극약이라고 할수 있는 시설재 현금차관의
전면허용으로 금리인하책을 시도할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책당국의 경제정책 선택의 제약 요건이 종전보다 훨씬
쉬워진 면도 많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전환이 과감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다.

그 점을 좀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국제수지면에서 흑자라는 다른 한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경상수지가 적자라고 하지만 그 규모면에서 염려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점은 과거 국제수지를 걱정하여 차관에 제약을 받던 때와는 다르다.

둘째로는 산업정책면에서 과거의 과다한 저리정책금융비율 때문에
일반금융에 주는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감안할때 전반적인 금융정책이
쉬워졌다.

세째로 현재의 자본외환자유화의 상황하에서는 시설제에 대한 현금차관의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꾸준하게 자본자유화를 추진하여 외국자본이
상당부문 들어와 있고 며칠전 확정된 외환제도 개혁안 내용중에는
그동안 외환의 유입 유출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서 지난
30여년간 규제일변도였던 외환제도 기본틀을 바꾸어 놓았다.

네째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력이 대체적으로 6.5%~7%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그러한 면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율 8%는 높은 것이다.

이를 조절하여 물가안정을 기할수 있다.

문제는 코스트푸쉬( Cost Push )측면에서 금리인하를 하게되면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과 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의 두가지를 저울질해서
정책결정을 하면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성장정책을 조정하고 소비절약,총수요 관리등으로 물가안정을
시도하면서 금리인하 정책의 전환을 시도해 봄직하다.

우리나라는 금리 임금과 지가가 높고 유통비용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어느것 하나 쉽게 해결될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만이라도 먼저
해결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