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X세대를 무국적자라 했는가".

서울우유협동조합(조합장 조광현)이 금강기획을 통해 새로 제작한
광고물의 헤드 카피이다.

이 광고물은 태극기 사용을 금기시해온 광고계 관행을 깨고 대형
태극기를 대담하게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X세대의 신애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최근 UR협상진행과 함께 내년도 중반기부터 네덜랜드
덴마크등세계적 낙농국들의 유제품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예측으로 인해 방어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었다.

서울우유의 기업이나 제품이미지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구태의연할
것이란 자기비하감이 있어온 터라 특히 미래의 소비자들인 신세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을 것이란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서울우유가 신세대들로부터 가장 선호되고 있는
상표라는 희망적인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한국리서치가 이른바 X세대라 부르는 18세이상 24세이하의 젊은층을
대상으로한 "X세대 인기선호도 베스트 1위조사"결과 우유상표에서
서울우유가 34.9%로 제일 높은 지지도를 나타냈던 것.

이에 힘입어 서울우유는 그동안 공장이나 냉동운반시스템등의 고루한
광고표현방식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X세대를 겨냥한 차별화 광고를
전개키로 했다.

광고의 표현전략은 X세대의 신애국주의.일반적으로 X세대라고 하면
국가관이나 민족의식은 전혀 없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로서만 인식되어지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X세대라고 해서 반드시 그런것만이 아닌 다른 면이 있다고
항변하는 X세대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우유는 X세대가 기존의 가치관이나 형식에 저항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이라고 정의되어지지 않는 그 무엇이 바로
X세대라는 것에 착안해 어쩌면 X세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신애국주의로 접근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X세대에게 애국주의로 호소하는 방식은 고루하다는 생각에서
X세대 스스로가 신애국주의를 주창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누가 X세대를 무국적자라 했는가"라는 X세대들의 항변를 내세우고
"우리는태극기를 배경으로 당당히 미래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새로운
X세대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들의 자긍심을 불어 넣어주자는 것.

그런데 문제는 태극기를 광고소재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인가하는 우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국기를 와이셔츠나 청바지 혹은 신발등 각종
상품의 디자인으로도 변형사용하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태극기를 지나치게 신성시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광고의 광고나 상품디자인
소재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돼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태극기를 생활속의 친근한 관계로 정립한다는 취지에서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태극기는 실제의 모습보다 거칠지만 순수함과 정감이 어리도록 회벽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대형 태극기를 벽화로 제작했다.

벽돌 하나하나를 싸서 가로 5m.세로 3.5m의 대형 벽면을 만들고 거기에
회벽을 발랐다.

그러나 손칼자국은 그대로 두었다.

야성적 자연미를 x세대의 상징성과 연결짓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앞에 X세대들의 각양 각색의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광고에 등장한 모델들도 기성감각을 없애기 위해 모델학교의 학생들을
직접 기용했다.

금강기획은 이 광고가 X세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고
태극기가 친숙한 존재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대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