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환자의 피를 뽑다가 주사기에 찔리는 바람에 "전격성간염"으로
사망한 경찰병원의 젊은 의사-.

작업중 감전사고를 당한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끝내 목매 자살한
철도공무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몰고온 이들의 죽음은 보상받을 수 있을까.

유족들이 낸 유족보상금지급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젊은 의사의 죽음을 판단한 대법원 특별3부(주심 천경송 대법관)는 유족의
패소판결을,철도공무원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보헌
부장판사)는 유족승소판결을 내려 명암이 엇갈렸다.

92년 서울 경희대 의대를 졸업, 의사면허를 취득한 전모씨는 경찰병원에
수련의(인턴)로 근무하게 됐다.

그해 11월 어느날 전씨는 B형간염환자 채혈을 맡게 됐다.

채혈을 별문제없이 마친 그는 그만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의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환자의 피가 담긴 주사기에 손가락을 찔리고 만 것이다.

바이러스가 피를 타고 전이됐다.

그로부터 1년후인 지난해 1월30일 전씨는 전문의학용어로 "전격성간염
이환"이라는 병명으로 그만 숨지고 말았다.

전도양양한 젊은 의사가 주사침에 그만 목숨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충남 예산읍에 사는 전흥진씨등 유족들은 "공무중 재해로 인한 사망"이라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지급소송을 냈다.

최종심인 대법원 특별3부는 비록 의사의 죽음은 애석하지만 공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패소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전씨는 국가공무원법과 전문직공무원 규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문의규정
등에 따라 경찰병원장이 임용한 것이기 때문에 비록 전씨가 경찰병원에서
근무했더라도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즉 공무상 재해에 따른 사망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망자가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전씨는 그 전제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들에게 상존하는 주사침에 의한 감염사망의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게 유족들의 하소연이었다.

철도공무원인 장모씨는 서울지방철도청 서울제어 사무소의 전기원으로
재직하던중 지난해 3월 28일 직장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장씨의 사망원인은 91년 5월 29일 당시 일하던 수원분소에서 감전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씨는 동료들과 함께 오산-병점간의 철도선로상에 있는 전기케이블의
불량여부를 조사중이었다.

점심시간이 됐을 무렵 동료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간사이 장씨는 하던일을
끝내기 위해 불량케이블을 골라내려다 그만 전기가 통하는 활선을 만지고
말았다.

장씨는 잠시 실신한 후 다행히 깨어났다.

그러나 평소 건강하고 명랑하던 장씨는 사고후부터 달라졌다.

구토와 현기증을 호소했고 피해망상과 우울증등에 시달렸다.

92년 6월 한차례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불과 13일후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서울고법은 장씨의 죽음에 대해 "철도공무원인 장씨가 공무수행중 감전
사고감전사고로 뇌압이 상승했으며 감전으로 인해 우울증과 악몽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게 의학적 경험인 만큼 장씨의 사망과 공무상재해와의 인관관계가
있어 보상급지급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