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 연구로 73년 노벨상을 받은 독일의 콘라드 로렌츠는 모든
동물이 본능적 공격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동물의 공격행동은 생식활동의 세부순서에 끼어 있는 프로그램의 하나이기
때문에 보고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나타나는 생득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호랑이나 사자등 육식동물의 이러한 특성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동물행동학자들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도 선천적으로
공격성을 지니고 태어난 것인지의 여부를 가려내려는데 있지만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것 같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자들의 갖가지 잔혹한 살상
행태를 보면 인간은 이제 진화를 멈추고 퇴화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때가 있다.

인간의 애완동물인 고양이가 북한산 계룡산에 들어가 살면서 다람쥐 오소리
족제비 산비둘기 꿩등 닥치는대로 모조리 잡아 먹고 있다는 소식이다.

계룡산에는 무려 3000여마리, 북한산에도 수백마리가 바위밑에 굴을 파놓고
살면서 밤이면 먹이사냥을 하는통에 꿩이나 다람쥐 산비둘기등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집고양이가 어떤 연유에서 산에 들어가 살게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육식동물인 고양이의 공격본성이 다시 되살아난 꼴이다.

고양이는 보통 한배에 4~6마리씩 낳고 번식력도 강해서 방치해 두면
산속의 작은 동물들은 머지않아 멸종될 것이 틀림없다.

생태계 파괴를 막기위해 "고양이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할 지경이다.

"지구를 위한 모임"(Farth works Group)의 통계에 따르면 생물의 절반이상
이 살고 있는 열대림(지구육지의 6%)의 경우 1년에 약 7,600평방km씩 줄어
들고 있고 매일 50~100여종의 생물이 멸종돼 가고 있다고 한다.

또 지금 지구에 살고 이는 1,000여종의 생물이 10년후에는 1시간에
3종씩 사라져 2000년에는 전생물의 20%가 멸종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처럼 도살을 계속하면 20년후면 아프리카의 코끼리들은 모조리
사라진다고 한다.

그 결과는 생각만해도 섬뜩한 일이다.

애완동물중 가장 수명이 길어 30년을 산다는 고양이는 예부터 영물로
여겨져 왔다.

조선의 숙종은 김묘 한마리를 길렀는데 그가 죽자 그 고양이도 굶어 죽어
숙종릉인 명릉길가에 묻어준 일도 있다.

다산 정약용도 고양이를 길러 "해묵고 꾀들어 요망하기 여우로세..."라는
시를 남겼다.

이들이 요즘 고양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서 "해괴제"를 지낼만한 이변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