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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김과장의 한숨..문중식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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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가고싶어 하는 자리인 모 경제부처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김과장.

    부처내에서 엘리트 공무원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김과장이지만 요즘
    고민이 많아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김과장의 고민은 눈앞에까지 다가와 있는 국장승진 기회가 조직개편으로
    인해 멀어지게 되었다거나,공무원을 향해 쏟아지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
    때문만이 아니다.

    연일 신문지면을 빽빽이 메우고 있는 부정 공무원들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도 비리 공무원보다는 청렴결백한 유능한 관리들이 훨씬
    많다고 자부해온 김과장은 "미꾸라지 몇마리가 물을 흐려놓는구나"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

    공무원들을 두고 복지안동(땅에 납작 엎드려 눈알만 말똥말똥 굴린다)
    이라거나 복지뇌동(땅에 엎드려 머리만 굴린다) 복지지동(땅에 바짝
    엎드려 손가락을 꼽으며 세월 가기만을 기다린다)매지부동(땅파고
    들어가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등 별별 비아냥이 쏟아져도 "언론들이
    너무 과장을 하는구나" 하고 웃어넘겼던 김과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김과장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작은
    사건이 있었다.

    얼마전 국민학교 1학년인 막내 아들로부터 "공무원들은 다 도둑x라는데
    아빠는 공무원 아니지"하는 말을 듣고 부터 김과장의 신념과 긍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작은 정부로 향한 조직개편이 발표되고부터 살아남기 위해
    줄을 잡으려고 뛰어다니는 동료들의 비굴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김과장이 간직해왔던 공무원으로서의 긍지는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무너져 버렸다.

    그래서 김과장은 20년간 청춘과 정열을 다바쳐 일해온 공무원직을
    스스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행시출신인 앞의 김과장과는 달리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해서 이자리
    까지 올라온 50대중반의 또 다른 김과장.학벌도 빽도 변변한게없다.

    그렇다고 집안형편이 넉넉한 편도 아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것을 제외하면 무엇하나 이렇다하고 내세울게없는
    김과장이다.

    지금까지 몇차례에 걸친 감원선풍에서 용케도 잘 견디어왔지만
    이번만은 그냥 피해갈것 같지 않은 예감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빽없는 김과장으로서는 도시 자신이 없다.

    감원의 무리에 끼이지 않기 위해 줄을 잡으려고 버둥대는 동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듯한 공허감을 느낀다.

    "그동안 밤을 낮삼아 일해왔는데."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우리 공무원사회의 풍토를 너무나 잘 알고있는 김과장이다.

    김과장은 요즘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식구들의 눈길을 감당할수
    없어 별 할 일도 없이 거리를 방황하다 포장마차에서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버릇이 돼버렸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잠을 이룰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이 발표된 이후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방황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기구 축소나 인원감축이 몇차례 있어왔지만 개혁차원에서
    이루어진것은 지난 81년10.15 행정개혁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는 36개 중앙부처 행정기관중 34개 기관에서 374개 기구가 없어져
    모두 599명이 잘렸다.

    그러나 대개혁으로 불리는 이번 직제개편으로 인한 공무원 감원폭은
    정부수립이후 최대규모인 1,000여명선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현행 정부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데다 "작지만 강한
    정부" "세계화에 맞는 정부"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민정부들어 언제나 그래왔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의 즉흥적
    이라는 인상도 짙게 풍긴다.

    해당 관청에서는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있는 바람에 행정이 올스톱
    상태다.

    개혁을 하자면 이만한 희생은 어쩔수 없다고 말할지 모르나 불필요한
    손실과 국민들의 불편이 너무나 크다.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인원감축에 대한 기준이 아직 분명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것같다.

    인원감축때면 늘 그래왔지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거나 재산이
    먹고 살만큼 있다는등 능력과는 거리가 먼 잣대로 인해 불명예제대를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더욱이 경계해야 할 일은 지연이나 학연등 연줄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러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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