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부문의 투자를 규제해야 하는가.

경기회복에 맞춰 업체들이 투자를 본격 추진하면서 ''투자규제''가 다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석유화학투자지도방안''에 따라 규제되고 있는 일부
품목에 투자를 할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정부가 더이상 투자를 규제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상공자원부가 공급과잉품목의 투자를 규제하기위해 지난 92년3월 실시한
석유화학투자지도방안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회복에 맞춰 투자규제를 당초시한(95년말까지)보다 앞당겨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이미 정상에 올라있어 더이상 투자를 미룰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투자시기가 늦었다고
아우성을 쳐대고 있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제때 투자를 할수 있도록 정부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눈치만 살피다가 투자시기를 놓쳐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투자자유화로 이룩한 세계5위의 석유화학생산국의 투자가 아직도 정부의
영향권에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그동안의 투자규제성과가 미미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행정지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

나프타분해공장 건설을 일제히 허용해 놓고 뒤늦게 일부품목을 묶은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게 업계의 기본시각이다.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 92~93년도는 투자를 할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뒤늦게 당초의 자유화입장과는 정반대로 투자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것을 내심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정부의 투자규제는 한마디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투자규제해제 요구의 밑바탕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도 깔려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경기급락현상이 자유화로 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주된 원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세계경기때문이었다. 4~5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경기사이클로 볼때 불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상공자원부가 당초 예상한 수급전망이 완전히 빗나가면서 불황이
더빨리 찾아왔다는데 있었다.

상공자원부는 투자를 자유화하더라도 신규공장들이 94년이후에나 정상
가동돼 수급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대규모 콤플렉스가 91년하반기부터
돌아가면서 수급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수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위해 이들 회사에 폴리올레핀생산량의
절반이상을 수출토록 했지만 결국 공급과잉을 막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상공부의 투자규제가 업계로부터 환영을 받을수가
없었던 셈이다.

업계는 또 일부품목의 투자규제해제를 예로들어 투자지침의 전면적인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

어떤 품목은 풀고 어떤 품목은 그대로 규제를 받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공자원부는 지난 93년 6월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의 투자규제를 풀었다.
투자지도방안을 적용한지 1년3개월만이었다.

삼성석유화학의 연산 35만t규모증설로 더이상 투자를 허용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도 상공부측은 수급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대한화섬
고려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에 연산 60만t규모의 신증설을 허용했었다.

예외인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공부는 지난 10월8일 삼성종합화학
에 스티렌모노머(SM)의 증설을 인정했다.

그것도 ''전량수출''이라는 조건을 부쳐 삼성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허용
했다. 95년까지 공급과잉상태가 지속될 것이므로 신규투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던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고 만것이다.

업계는 투자지침의 시한인 95년말 이후에는 석유화학투자가 명실상부하게
자유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방화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석유화학투자 정책도 선진국형으로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도적인 장치도 없이 정부가 계속해어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논리에 맞이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과잉중복 투자가 몰고올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사전에 투자문제를
협의하는 장치를 마련,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자율적으로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정부쪽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상공부는 투자지침으로 묶어둔 일부품목을 조기에 규제대상에서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급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계속해서 종전의 규제논리를 내세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투자를 자유화한다는 것이 상공부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그러나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프타분해공장등에 대한 투자는
어느정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의 나프타분해공장 합성수지의 증설추진 움직임으로 투자
규제를 둘러싼 정부 업계간 신경전이 조만간 가시화될 조짐이다.

자유화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시 투자를 규제하는 악순환을 원천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할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